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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어의집 Dec 19. 2021

록음악 덕후: '하이 웨이 투 헬'은 내 결혼식 입장곡

그냥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하고 싶었어...


'쉬~ 메이 비 더 뷰-티~'


결혼식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 중 하나, 다들 한번쯤 좋다고 느끼지 않았어?

이 노래는 나중에 나도 들어 봐야지, 나도 써야지, 했던 노래들, 혹시 있지 않았어? 나만 있었나?

행사의 꽃은 노래지. 기왕 결혼식 할 거 대충 무슨 노래 틀지 한번 생각해보자.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결혼식 비디오 촬영을 하면서 어느날 문득. 내가 할 결혼식의 입장 혹은 퇴장곡으로 AC/DC의 'Highway To Hell'을 쓰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실없는 상상을 해보며 피식 웃었다. 결혼할 계획조차 전혀 없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아직도 어설프게 웃기다.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그냥  계획을 실현할 예정이다. 왜냐고?  혼자 재밌으니까...  혼자 재밌어도 되니까... 대학 밴드 동아리 친구  결혼식 촬영 일을 같이 하던 친구와 우스갯소리로 농담을 하곤 했다. 결혼은 지옥행 고속도로이니 무조건 '하이 웨이  ' 틀어야 한다고. 그러면 다른 친구들이 옆에서 한마디씩 나는  틀을 거네, 너는  틀을 거네, 하며 거들었다.


나와 반려인은 내 의견을 수렴해 각자 입장하고 함께 퇴장하는 걸로 이야기를 했다. 돋보이는 걸 좋아하는 반려인이 혼자 입장하는 것보다 동반 입장을 선호해서 처음엔 놀랐다. 단순히 이제 함께니까 함께 들어가는 게 좋지 않냐는 게 그의 의견. 나는 쇼의 맛(?) 을 위해서 따로따로 들어가자고 했다.



사진: 나의 결혼식 플레이리스트 (c. 한글)

https://open.spotify.com/playlist/1TcLpW57U3LGbgeGA8QERb?si=98fbb36a40674532



Immigrant Song - Led Zeppelin

- 영화 '토르' 예고편에서 울려퍼지던 까랑까랑한 아아아~ 아!!!!

- 맨 처음 등장하는 기타리프가 아주 치명적이다. 내가 조권처럼 유쾌하게 깝치면서 입장할 수만 있다면 이 곡을 입장곡으로 쓸 예정이다.


Highway to Hell - AC/DC

- 그 유명한 '하이 웨이~ 투 헬!' 시원시원한 록 사운드가 가슴을 뻥 뚫어놓는다. 결혼 상대를 결정하기도 전부터 이미 정해버린 입장곡 원 픽.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사운드 트랙 중 퀄의 애창곡도 추가해야겠다. 여유롭고 한가한 분위기, 사랑스러운 가사가 매력인 '레드 본'의 '컴 앤 겟 유어 러브'도 입장곡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Welcome To The Jungle - Guns N' Roses

- 나처럼 우아해 보이고 싶은 욕망이 나보단 덜한 반려인의 입장곡이 될 것 같다.

‘샤나나나나나나나나 온 마 니이히~~~~~이히’


이쯤 되니 반려인의 친척 어르신들께서 어떻게 반응하실지 슬슬 궁금해진다. 이렇게 적어놓고 나니 억지로 결혼식 올리는 것 때문에 친지들을 곯리는(?) 것 같기도 한데, 어느 커플이 자신들의 입장곡과 퇴장곡 등을 아주 신나고 경쾌한 것으로 직접 잘 선곡한 적이 있었다. 유명한 팝송들이었고, 그 집안 어르신들이 꽤나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렴 록스타 꿈나무 외길인생 10년을 고독하게 걸어온 사람의 결혼식이니 반려인의 친척들도 이상하다거나 무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Sympathy For The Devil - The Rolling Stones

- 따뜻한 톤의 베이스와  퍼커션의 신나면서 편안한 리듬, 피아노 소리, 후 - 후 - 하는 유쾌한 코러스. 낭만이 낭낭하게 흐르는 롤링 스톤즈의 음악.

- 결혼식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시작시간에 워밍업 용으로 틀어놓을 노래. ‘기대되지? 재밌겠지?’ 뭐 이런 느낌이다.


September - Earth, Wind & Fire

-두 유 리멤버? 그 유명한 '아이야~' 다. 황정민 배우가 아내 출산 때 불러서 맞을 뻔했다는 그 곡. 내가 언젠가 오사카 섬머소닉에 혼자 가서 땀을 뻘뻘 흘리며 들었던 그 곡.

- 함께 운전을 해 나갈 인생의 도로에 밝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신나는 노래를 선곡했다.

- 원래 퇴장곡을 '웰컴 투 더 정글'로 하려고 했으나, 그건 너무 잔인하다는 반려인의 의견에 내가 제안한 퇴장곡. 반려인이 한 번에 OK했다.


Mr. Blue Sky - Electric Light Orchestra

-위 플레이리스트 사진에는 없지만 듣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곡 두 번째. 우리가 동반 퇴장한 후, 사람들을 식사 자리로 안내할 때는 왠지 모르게 어릴 적 추억에 대한 향수에 젖게 만드는 곡을 플레이하고 싶다.


Outlier, No Reason - Bonobo

- 약간 씁쓸한 뒷맛이 매력인 밴드 보노보의 인스트루멘털 트립합.

-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갈 때, 퇴장 시간을 알리며 집으로 보내는 음악이 이런 느낌이었으면 했다. 자신의 인생을 한번씩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그런 곡을 원했다. 우울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이었으면 했다. 이 곡을 틀면 사람들이 무슨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향할지 궁금해진다. 이제 난 뭐 결혼식이 아니라 기획공연을 준비하는 것 같기도...



인생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은 모두 선택이다.


우리 아버지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시며 결혼을 왜 굳이 하냐고 계속 뚱해 하시는데, 정작 당신은 재혼을 하셨다. 어불성설 갑


내가 '저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 얘기를 꺼낸 이후 근 2년간 나는 (애진즉 새집살림을 차린) 우리 아빠한테 갈굼을 당했다. 이게 불만이고 저게 불만이라면서 나의 인생에 아빠의 기준을 맞추려 하는데, 문제는 '결혼'이 아니다.


취직할 때도, 대학에 진학할 때도, 고등학교를 갈 때도, 후라이드 치킨이냐 양념 치킨이냐를 고를 때도 아빠는 내 선택에 반대표를 던졌다. '너는 아는 게 뭐냐'며, 내가 하는 수많은 선택이 잘못됐다며 당신의 선택이 옳다고 하신다.


나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아빠와 논의할 수 없었다. 말이 안 통하니까. 내가 인터넷 신문사에 취직해서 빌빌대고 있는데 '조중동 아니면 들어갈 생각 마라'고 하는 사람이 아빠니까.


열 세 살 이후 기껏 몇 달에 한 번 만나서 밥 먹고 영화 보고 했던 아빠와의 시간들이 퍽 힘들었다. 몇 년을 피하기도 했다. 아빠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잘 몰랐다. 아니,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전혀 없었다. 생일에 내가 메탈 시계가 갖고 싶다고 하면 아빠는 '이게 더 좋다'면서 가죽 줄 시계를 사 주었다.


그래서 결론. 내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남 눈치 안 보기'인 것 같다. 우리는 가뜩이나 남 눈치 보느라 이래저래 고생하면서 살아가는데, 누군가 반대한다거나 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는 그런 불상사는 누구에게든, 어떤 일을 준비하는 상황에서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하나의 선택이라도 남을 위한 선택을 하다 보면 그게 쌓여서 타인을 미워하게 된다. ‘너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골 멘트를 치게 된다. 미움이 쌓이면 내 속이 안 좋다. 우울해진다. 결국 그런 잘못된 선택의 대가는 내 마음이 치르게 되는 것이다.


노래 하나하나, 듣는 사람들의 표정을 상상해 가면서 내가 직접 고르는 게 인생을 이끌어갈 용기이자 나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어줍잖게 스스로를 칭찬해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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