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만 끼고 있을 수 있단 것도 행복이다
코로나 19 취재를 위한 대구의료원 음압병실 취재 지시 받음.
타사의 대구의료원 기사를 찾아봄. 환자를 사물화 해서 촬영한 것들이 많이 보임. 심한 경우 기저귀 가는 모습을 모자이크만 한 채로 내보내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의료진을 위주로 촬영하기로 결정.
촬영 시 카메라를 비닐과 랩으로 감싸야한다는 것을 알게 됨. 심지어 렌즈에도 랩을 씌워야 한다고 함. 대구의료원 홍보팀장과 협의 끝에 렌즈 필터를 버리는 조건으로 렌즈에는 랩을 씌우지 않기로 함. 버릴 프로텍터 구매. 카메라는 FS5 M2로 결정.
병실에 들어가기로 한 15일에는 전국에 비 소식 있다는 것을 접함. 14일에 미리 내려가기로 담당 취재기자와 협의.
오전에 회사 근처에 있는 샘표에서 이태원에 방문했던 확진자가 나옴. 이후 나 포함 회사 구성원 다수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침을 확인. 오전에 백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출장을 가려했으나 오전 검사가 끝나는 바람에 대구에서 받기로 하고 급히 차를 돌림. 그 시각 회사에 있던 구성원들은 검사 후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 시작. 만약 대구 출장을 검사 후 가기로 했다면 안 가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일복 많은 자신을 스스로 위로함. 회사에서 나는 검사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하라고 지시함.
대구까지는 회사 차로 이동함. 취재 후 혹시나 있을 감염을 대비해 차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대구의료원 도착 후 먼저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 받음. 서울에서 대구까지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온 줄 알았던 의료진이 의아해함. 검사 결과는 빠르면 다음 날 오후, 늦으면 이틀이 걸린다고 함. 취재 일정에 무리가 예상돼 대구의료원 홍보팀장에게 현재 상황을 전하고 빠른 검사를 부탁함. 검사 후 곧바로 대구의료원 외경과 선별 진료소 외경 촬영을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서로 웃음.
이후 동성로로 이동해 거리 S.K도 진행. 동성로는 젊은 사람들이 가득함. 간간히 마스크를 끼지 않은 사람들이 보임.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는 것을 유선으로 통보 받음. 오전에 대구의료원 노조위원장 만나 현재 의료진 상황에 대한 인터뷰 진행.
이후 간호팀장 및 홍보팀장 만나 코로나 환자 병실로 이동. 현장의 간호인력들은 지난 설 이후로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거나 집에도 가지 못하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등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게다가 마스크와 고글, 장갑 그리고 방호복 등 의료 활동에 필요한 것들을 다 착용하고 나면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비 오듯 쏟아져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3교대를 하며 의료활동까지 하는 건 보통의 사명감이 아니면 불가능해 보였다.
내가 직접 음압병실에 들어갈 시간이 됐다. 방호복을 입는 사이 간호사분들이 카메라를 비닐에 넣어 감싸주셨다. 방호복으로 온몸을 감싸니 옷의 모양 때문에 제대로 서질 못해 자세가 구부정해지고 고글과 마스크가 이마와 콧등을 강하게 눌러 통증이 느껴졌다. 이 와중에 카메라는 제대로 들고 있을 수도 없을 정도로 감싸져 촬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조차 서지 않았다.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코로나 병동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환자 간호를 위해 병동은 매우 더웠다. 외부로 병균이 유출되지 못하게 환기구도 모두 막아뒀다. 고글은 유리가 아니라 뿌옇게 흐렸고 2개나 낀 장갑 때문에 손가락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비닐로 감싼 카메라는 제대로 들기도 힘들었고 버튼이 어딨는지 찾기 어려웠다. 제일 중요한 뷰파인더에서 렌즈 초점이 맞았는지 확인이 전혀 되질 않았다. 순간 카메라를 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지나가는 간호사의 뒤를 따라다니며 촬영을 시작했다. 병실에 들어갈 때마다 카메라를 본 환자들이 혹여나 항의를 할까 노심초사했다. 최대한 환자들의 얼굴을 찍지 않으며 환자와 병실의 상황을 담아냈다. 하필 이 날따라 간호사들이 자리에 없었다. 다들 흩어져 어디에 있는지 알기도 어려웠고 방송에 본인의 모습이 나오는 것을 꺼려해 숨기 바빴다. 간호사가 없으면 없는 대로 빈 복도 끝에 놓인 음압기를 찍고 간호사실에 쌓여있는 의료용품을 찍었다.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았다. 고글에 수증기와 땀 때문에 눈을 뜨고 있기 조차 어려웠다. 더 이상의 촬영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나가기로 했다. 시계를 보니 들어온 지 1시간이 지났다. 나가는 것은 들어올 때만큼이나 어려웠다. 최대한 균과 접촉하지 않게 하기 위해 수차례 소독을 하며 방호복을 벗었다. 카메라는 비닐을 전부 벗기고 알코올로 전체 소독을 한 뒤에야 받을 수 있었다.
혹시나 있을 코로나 균의 전파를 막기 위해 우린 곧장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