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순이 Jan 06. 2021

2021년, 내가 바꾼 세 가지

제로 웨이스트를 위하여

 거창한 제목에 비해 너무나도 소소하지만... 2021년 나는 총 세 가지의 물품을 바꿨다.




1) 닥터 노아 대나무 칫솔


대나무 칫솔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여름, 편도 수술 때였다. 2박 3일간의 입원 탓에 휴대할 칫솔이 필요해졌고, 그렇게 들린 올리브영에서 처음 나무 칫솔을 만났다. '환경', '안전'이라는 단어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무 칫솔의 천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수술 탓에 까끌까끌한 입속이 더욱 텁텁하게 느껴졌고, 나무의 뻣뻣하고 거친 느낌에 이를 닦아도 안 닦은 거처럼 느껴졌다. 잇몸에도 자극이 왔다.


때문에 병원에서 퇴원한 뒤 그 칫솔은,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대나무 칫솔을 다시 만나게 된 건, 허유정 작가님의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읽으면서 이다.

이미 대나무 칫솔을 한 번 만난 뒤였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미세 플라스틱의 존재에 대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칫솔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매일매일 사용하고,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교체하며 버려지는 그 무수한 플라스틱...


다시 칫솔을 교체할 시기가 다가왔고, 과감하게(?!) 대나무 칫솔을 주문했다. 대나무 칫솔의 천인상이 좋지 않았지만, 그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지 싶었다. 이미 나는 너무나도 많은 쓰레기를 만들며 살고 있었다.


다행히도 다시 만난 대나무 칫솔은 꽤 만족스럽다. 아무래도 이전의 경험은 내 개인의 컨디션과 상관이 있었던 건지, 입안을 도는 대나무의 느낌이 매끄럽고 구석구석 잘 닦이는 칫솔모 또한 좋다.






2) 동구밭 천연 수세미

'천연 수세미'라는 게 있다는 사실은 허유정 작가님의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나름 환경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나는 마음으로만 걱정할 뿐, 실행하거나 변화하는 삶을 살지는 않았던 거다.


머리를 부딪힌 듯, 충격을 받았다. 칫솔과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사용하며 내가 먹는 식기에 닿는 물품이 플라스틱이었다는 사실은 깨닫지도 못 하고 있었다.




처음 천연 수세미의 모양새를 봤을 땐, 솔직히 조금 암담했다.

'이걸로 설거지가 된다고...?'

집에서 양념이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조리하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실물로 본 천연 수세미의 모습 역시 다르지 않았다. 거칠고, 메마른 촉감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칫솔을 살 때와 마음 가짐은 같았다. 이 정도의 불편함은 문제도 아니다. 


설명에 적힌 대로 수세미를 사용 전, 물에 담가놨다. 뻣뻣하고 종이를 뭉쳐 놓은 것만 같았던 수세미가, 얼마 지나지 않아 꽤 불어나 나름 뽀송뽀송해졌다.


일주일 남짓 사용해 본 결과는 대 합격! 기존의 수세미에 비해 매끄럽게 움직이는 느낌은 확실히 덜하지만, 결코 불편할 만큼은 아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뽀득뽀득하게 씻겨나가는 느낌이라 더 좋고, 보면 볼수록 눈이 편안해지는 천연 수세미의 모양새도 마음에 든다.






3) 동구밭 샴푸바

샴푸바는 10여 년 전, 사용해 본 경험이 있었다. 러쉬의 향기로움에 취해 잔뜩 구매를 했었던 것인데, 문제는 너무 쉽게 무르고 보관이 용이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샴푸를 구매하며 직원이 함께 권한 '샴푸바 틴'을 함께 구매했었는데, 틴에 보관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번거로움 탓에 나의 샴푸 바 사용은 몇 달 가지 못 했다.


당시 샴푸바를 사용했던 건 환경과는 무관한 이유였다. 그저 향기에 이끌려 들어간 곳에 형형색색의 예쁜 비누들이 있었고, 그뿐이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용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했다. 사실 그 정도 불편함을 '불편함'이라 칭하기도 민망해진 것이다...


<동구밭>의 샴푸바를 구매하며 규조토로 된 트레이를 함께 구입했다. 그랬더니 왜인 걸. 비누가 쉽게 무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바닥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을까란 걱정과 달리 사용과 보관이 용이하다. 역시 사용한 지 일주일 정도 되었는데, 너무 만족스럽다.


내가 구입한 쿨링 샴푸 같은 경우, 두피는 시원하지만 머릿결이 푸석푸석한 내게는 살짝 건조한 느낌이긴 하다. 품절된 트리트먼트 바가 어서 재입고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동구밭>은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이 함께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이 함께 천연, 유기농 생활 용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월 매출이 증가할 때마다 발달장애인 1명을 추가로 고용한다고 한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 변화이다. 앞으로 하나하나씩, 바꿀 수 있는 것을 전부 바꿀 예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엄마 아빠 이혼했거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