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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순이 Sep 29. 2022

쟤는 이혼 가정에서 자라서 그래

 나이가 드니 좋은 점 중 하나는 동생과 친구가 되어간다는 점이다. 서로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함께 만나 대화를 하면 제법 공감대가 형성된다. 마냥 어린아이로만 보였던 동생이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그날도 오랜만에 수다를 떨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동생이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이혼 가정에서 자란 사람 = 애정 결핍'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거다. 동생은 굳이 자신도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는 걸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냥 말 나온 김에 이야기하는 게 낫지 않나?"

 차라리 누군가 먼저 이야길 꺼내 주는 게 나은 것들이 있는데, 나의 경우엔 부모님의 이혼이 그렇다. 딱히 비밀도 아닌데 생뚱맞게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고. 숨길 생각이 없는데 숨긴 거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다. 나 역시 동생과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그냥 '우리 부모님도 이혼했어. 근데 애정결핍은 아닌데?'라는 식의 답을 했다.

 동생의 생각은 달랐다.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말해봐야 앞으로의 행동에 프레임만 씌워질 거라고 했다. '쟤는 이혼 가정에서 자라서 그래.', '쟤는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그래'라는 식의 생각들. 


 적어도 내가 알기에 특별한 가정사가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 아픈 가정사가 있다. 보기에도 티가 나는 집은 물론, 화목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정에도 암흑기는 있다. 그런데 단지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행동을 '애정 결핍'으로 칭하는 게 맞는 걸까. 애정이 충만한 집에서 자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되길래? 죄송한데... 정신과 전문의세요? 


 이러한 편견 때문인지 자신의 이혼을 자식의 '흠'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다. 그래서 자식들이 성장할 때까지(더 정확하게는 '결혼'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혼을 한다. 심지어 참고 살기도 한다. 내 주변에 한정 지어 보자면 특히 엄마들이 그렇다. 혹여나 자식이 결혼할 때, 사회생활할 때 흠이 될까 무서워 부당한 결혼 생활을 참고 견딘다.

 하지만 참고 사는 게 자식들에게 상처가 될 확률이 높다. 자신 때문에 부모가 희생을 했다는 짐을 평생 안고 가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부모를 자식 또한 견디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게는 많은 단점이 있지만 그건 모두 내 탓이다. 부모님이 이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확실한 건 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한들 그 또한 부모님이 이혼과는 관계가 없었을 거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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