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중앙대로, 바삭한 꿔바로우 한입
중국 비자가 필요 없는 기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그 기간 안에 중국 여행하기 편해 이번엔 하얼빈에 왔다. 하얼빈은 보통 추운 겨울에 많이 오는데 그래도 여름엔 다른 지역보다는 덜 덥고 역시 중국은 볼거리보다는 먹거리 여행이라 한번 와보고 싶은 지역이라 하얼빈으로 향했다.
인천에서 2시간 정도는 하얼빈공항에 도착한다. 비행기에는 한국 관광객보다는 중국 사람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올해 겨울 하얼빈에서는 아시아 동계 올림픽이 열릴 예정이라 그런지, 도시 전체가 매우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거의 보이지 않았데도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환경미화원들이 길을 쓸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하얼빈 숙소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중앙대가에 있는 꿔바로우 맛집을 찾아갔다. 이곳은 꿔바로우로 처음 만든 원조 식당으로 유명하다. 하얼빈에 오는 모든 여행객이 찾아가는 곳이다.
꿔바로우의 역사는 1900년대 초반, 하얼빈의 유명 셰프 정춘발(郑春发)에 의해 시작됐다. 이 요리는 원래 산둥 지방의 탕수육에서 발전한 것으로, 당시 하얼빈은 러시아와 연결된 철도가 건설되면서 러시아인들의 왕래가 많아진 도시였다. 러시아인들은 새콤한 맛을 좋아했는데, 정춘발 셰프는 이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기존 탕수육을 더 바삭하고, 새콤달콤한 스타일로 개량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요리가 바로 지금의 꿔바로우다. 하얼빈에 와서 꿔바로우 역사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이게 여행의 순기능이다!
중앙대가는 차량이 진입할 수 없도록 막아 놓아서, 넓은 도보 공간을 걸으며 거리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비 오는 날씨였지만 거리는 중국인들로 북적였고, 외국인은 많지 않아 보였다. 거리 곳곳에는 러시아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이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았고, 상점들과 식당들도 꽤 많았는데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老厨家은 꿔바로우의 원조 식당답게 규모가 꽤 컸다. 우리는 꿔바로우와 지삼선, 하얼빈 맥주, 그리고 아이스크림 튀김까지 주문했다. 역시 원조집답게 꿔바로우는 정말 맛있었다. 고기와 튀김옷 모두 얇고 바삭해서, 마지막 한 점까지 바삭거리는 소리가 계속 났다. 특히 이 집은 밀가루가 아닌 전분으로 튀긴다고 하는데, 그 덕분인지 더 깔끔하고 맛이었다.
지삼선도 인상적이었다. 가지, 피망, 감자를 함께 볶은 채소 요리인데, 간이 잘 배어 있어 밥 없이도 계속 손이 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이스크림 튀김이었다. 처음 먹어봤는데 의외로 맛있었고, 튀김옷과 아이스크림이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어떻게 이런 조합을 생각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다만, 안에 아이스크림이 금방 녹기 때문에 먹을 때 흘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배가 불러서 더 많은 메뉴를 못 시킨 게 아쉬울 만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역시, 중국 음식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내일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을지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