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트 4 [그린 북]

따뜻하고 묵직한 감동 실화

by 홍천밴드

그린 북은 평점이 상당히 높아 꽤 오랫동안 찜해놓고 다음에 시간 되면 보려고 벼르던 영화다. 결론적으로 재밌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이탈리아 출신 백인 토니 발레롱가가 천재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의 운전기사가 되어 함께 미국 남부를 돌며 연주 투어를 하는 내용이다. 두 주인공은 처음에는 성격도, 환경도 너무 달라서 과연 이들이 무사히 투어를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하지만 여행을 함께하며 겪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해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게 되고, 결국 깊은 우정을 쌓는다. 실화가 아니었다면 너무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 변화와 관계의 진전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린 북’은 실제로 존재했던 책으로, 1936년에 발간된 『The Negro Motorist Green Book』이라는 이름의 여행 안내서다. 이 책에는 흑인 여행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숙박 시설, 음식점 등이 지역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 당시 미국 사회는 인종에 따라 출입 가능한 장소가 구분되어 있었고, 백인과 흑인이 함께 이용할 수 없는 공간들이 많았다.


영화 속에서도 유명한 연주가인 돈 셜리가 투어 도중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공연장 화장실조차 따로 써야 하거나 같은 공간에서 식사도 못하게 하는 차별을 받는다. 그런 상황에서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인종차별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던 그 시대의 현실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 마음이 아프게 다가온다.


현재는 과거처럼 노골적인 인종차별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아시아인을 식당에서 잘 보이지 않는 구석 자리에 배치하는 경우나 종업원과 아무리 눈을 마주쳐도 주문받으러 오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의도적인 차별인지, 단순한 우연인지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고발되는 것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사회 역시 자유롭지 않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그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진다.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는 일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결국 영화 그린 북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우정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벽들이 존재한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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