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정치권력이 될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열대의 묵시록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브라질 정치에 대한 이야기라는 정보만 알고 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흥미롭게 봤다. 페트라 코스타라는 브라질 영화감독이 제작했고 위기의 민주주의 속편 정도 되는 다큐멘터리이다. 이번 다큐에서는 복음주의가 정치에 영향력이 커지는 과정을 통해 브라질 민주주의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보여준다.
실라스 말라파이아는 30여 년간 복음주의 교단을 이끌고 있는 목사이다. 그는 장인에서 교회를 물려받고 교인들을 불려 나갔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복음주의로 개종했고, 이 세력이 지지한 대법관 후보를 당선시켰다. 복음주의는 브라질 국민의 약 30% 지지를 받는 거대한 정치 기반으로 성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룰라가 당선되자 보우소나루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자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의회를 점거하고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종교와 정치가 만나서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한국과도 너무나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도 개신교와 정치가 결합해 말도 안 되는 선동과 여론 조작을 벌어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세력들이 당 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해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쉽게 맞서지 못하는 현실 또한 공통점이다.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헌법으로 내란을 일으킨 세력들이나 서부지법 폭동 사건을 일으킨 자들을 법적으로 처리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길고도 험난했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 있고 행동했기에 민주주의는 가까스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정치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모두가 더 잘 살 수 있는 제도와 법을 만들고 운영하는 활동이고, 종교는 삶의 의미와 도덕적 기준을 세우고 개개인의 믿음을 위한 것이다. 이 둘이 섞일 때 고유한 가치는 쉽게 훼손된다. 정치와 종교는 엄격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열대의 묵시록은 그 위험을 실제로 벌어진 브라질의 정치적 비극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단지 브라질 만의 일이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흔들이고 있는 지금, 모두에게 무서운 경고처럼 느껴진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힘들지만 깨어 있는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만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