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파리와 런던, 밑바닥 삶의 기록
책의 원제목은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으로 Down and Out 뜻은 빈털터리, 가난한 정도의 뜻이다. 한국 번역본 제목은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등 다양하다. 내가 읽은 것은 동물농장과 합쳐진 책으로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이라는 제목이다. '따라지'라는 단어는 좀 생소한데 찾아보니 보잘것없거나 하찮은 사람이나 물건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딱 맞는 말이긴 한데 한 번에 직관성은 떨어져 확 와닿는 느낌은 아니다.
조지 오웰이 1920대 후반에 실제로 런던과 파리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그 당시 유럽의 빈곤층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파리에서 싸구려 숙소에 묵으며 호텔과 식당에서 접시닦이 일했고, 런던에서 부랑자 생활을 경험했다. 굶주림의 고통, 호텔과 식당에서 노예처럼 일한 경험, 노숙자 보호소나 길에서 노숙한 자신의 체험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 시절 열악한 생활환경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숙소는 늘 빈대가 출몰하고 전당포에 돈 될만한 물건을 죄다 팔고 호텔 접시닦이로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감내해야 하고 그 안에서 얼마나 위생 관념이 없는지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단순히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그 밑바닥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유머와 위트 있게 묘사해 인간의 생존력과 기묘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체험기는 아니고, 가난이 인간의 존엄성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사회 시스템이 빈곤층을 어떻게 차별하고 무시하는지 비판한다. 오웰은 빈곤을 낭만화하지도 않았고 동정의 대상으로 보지도 않았다. 사회 구조적 문제로 가난을 정직하게 드러냈다. 그는 중산층으로 편안히 살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일부러 버리고 하층민의 삶을 직접 살면서 체험한 것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썼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의 글을 읽으며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또한, 그의 글에서 문학의 위대함을 다시금 여기서도 느낀다. 오웰이 겪었던 그 삶을 글로 남겨 놓지 않았다면, 20대 후반 밑바닥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이 어떤 고통과 현실 속에 살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시대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해 지금까지도 전해준다는 점에서 더욱 글의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 또한 미천한 글이지만 나를 기록하는 일을 계속 이어가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