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안으로 고개를 숙인 사람들

C자형 목으로 진화하는 인류?

by 홍천밴드

서울에서 길을 걷다 보면, 예전보다 점점 더 핸드폰을 보면서 이동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물론 나도 길을 가면서 핸드폰 보면서 가는 경우도 많고, 영상을 재생하고 에어팟으로 들으며 걷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가능한 한 시선은 전방을 주시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 채 걷고 있어서, 나까지 그렇게 하면 서로 부딪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선이 휴대폰에 고정된 사람들은 보통 속도가 느리고, 주변 상황에 대한 인지가 떨어진다. 물론 나도 가끔 그렇게 걷는 편이니,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어쩌면 자기 객관화가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다.


얼마 전에도 길을 가는데 맞은편에 한 여성이 핸드폰을 보면서 걸어오고 있었는데,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속으로 '제발 앞을 봐라' 라면 가고 있는데 다행히 그 여자가 마지막에 고개를 들어 피했지만, 결국 어깨가 스쳤다. 심하게 부딪힌 건 아니어서 서로 가볍게 “죄송합니다” 하고 지나갔지만, 역시나 내가 우려하던 상황이 그대로 벌어진 셈이었다.


사실 스마트폰 안에는 세상의 볼거리, 즐길 거리, 심지어 일거리까지 다 들어있다. 길을 걷는 것 자체가 특별히 재미있는 일은 아니니, 사람들의 시선이 휴대폰으로 향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길에서는 휴대폰으로 계속 콘텐츠를 보면서 걷는 건 위험한 일이다. 생존에도 불리하다. 어깨빵으로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고, 하수도 뚜껑이나 인도 턱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으며, 심하면 다가오는 차량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 앞으로 인류는 ‘C자형 거북목’을 기본 체형으로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때가 되면, 휴대폰을 더 잘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게 진화일까, 퇴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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