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기에 시작도 있다
얼마 전 예전에 다니던 회사가 있던 지역에 갈 일이 있었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참 신기하다. 그 동네를 가기 전까지는 흐릿하게만 남아 있던 기억이, 막상 그곳에 도착하니 당시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물론 모든 게 아주 세세히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괜히 예전에 자주 가던 식당이나 카페를 다시 찾아보게 된다. 지금 당장 찾아갈 것도 아닌데 말이다.
동네를 둘러보니 다른 간판으로 장사하는 식당이 많았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는 식당이나 카페들도 간간이 남아 있다. 금방 망할 것 같았던 식당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어 괜스레 반갑고 더 오래가기를 응원하게 된다. 반대로 절대 망할 것 같지 않았던 대형 호텔도 문을 닫고 재건축을 하고 있었다. 회사 근처를 더 탐방하고 싶었지만 날이 너무 더워 더 돌아다니다간 내 몸이 문을 닫을 것 같아 원래 내가 가려던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일을 마치고 근처 카페를 들어갔다. 우연히 들어갔는데 영업일이 4일밖에 남지 않은 카페였다. 점심시간쯤이었는데 내가 들어갈 때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혼자서 카페를 독차지했다. 그래서 망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 자리가 꽉 찼다. 안내문을 보니 단순히 장사가 안돼서 문을 닫는 건 아니고 사정이 있어 사장님만 바뀌는 것 같다.
뭐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학창 시절은 숫자를 세기 싫을 만큼 오래됐고, 회사에 가까워질수록 짜증 나던 그 회사는 어느새 그 주변을 탐방하며 추억을 회상하는 장소가 되었다. 내 인생에서 또 어떤 시작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