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두 마리와 가을의 냄새

숯불에 굽는 장어

by 홍천밴드

마트에서 손질된 장어 두 마리를 사 와 숯불에 구워 먹었다. 숯에 불을 붙이자 은은한 열기와 함께 특유의 냄새가 피어올랐다. 요즘처럼 비가 자주 오는 날엔 불을 피우기가 쉽지 않다. 연기가 자욱하고, 불이 제대로 붙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린다. 그래도 불빛이 차분히 깜빡이는 걸 보고 있자니, 그 자체로 마음이 느긋해졌다.


손질해 온 장어를 석쇠 위에 올리자 금세 ‘지익—’ 하는 소리가 났다. 떨어지는 기름마다 불꽃이 작게 일었다 사그라지며, 숯불 향은 점점 짙어졌다. 장어 껍질은 서서히 갈색으로 변했고, 반짝이는 기름방울이 익어가며 윤기를 더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기다림마저 즐겁게 느껴졌다. 느리게 익어가는 속도에 맞춰 마음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장어를 살 때 함께 들어 있던 소스를 곁들이면, 밖에서 사 먹는 장어와 다를 바 없다. 양념을 발라 구우면 더 맛있을 것 같지만, 금세 타버리고 철망도 그을리기 때문에 그냥 바삭하게 구운 장어를 소스에 찍어 먹는 게 가장 좋다.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숯향이 먼저 퍼졌다. 고소하고 진한 맛이 혀끝에 머물며 장어의 부드러운 살과 어우러졌다. 단순히 불에 구운 음식이 아니라, 시간과 정성이 함께 스며든 맛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다 먹고 난 뒤 철망을 열심히 닦아야 하는 일은 꽤 귀찮다. 그래도 서늘한 가을날, 밖에서 숯불을 피워 고기 한 점과 쌈 한 입을 먹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숯불 위에서 익어간 건 장어만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 그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채워주는 듯했다.


이곳이 마치 모든 걸 다 가진 곳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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