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렬했던 생애, 장 미셀 바스키아
2025년 9월 23일부터 2026년 1월 3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Jean-Michel Basquiat: SIGNS, Connecting Past and Future)〉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바스키아의 작품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전시를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가야 할 전시라고 하긴 어렵다. 전시장 안에는 온전히 바스키아의 작품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중간중간 다른 작품들이 섞여 있었고, 그것들을 억지로 바스키아와 연결시키려는 전시 기획 의도가 너무 드러나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바스키아의 실제 작품을 봤다’는 데에 의의를 두면 괜찮은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요즘 물가도 높은데, 입장료 24,000원은 비싸게 느껴졌다. 그래도 전시를 본 덕분에 바스키아에 대해 이전보다 더 깊이 알게 된 것으로 그 가치를 매겨본다.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는 미국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화가이자 그래피티 아티스트다. 그는 1980년대 뉴욕 네오익스프레셔니즘(Neo-Expressionism)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아이티계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어린 바스키아를 맨해튼 미술관 어린이 회원으로 등록시키는 등 예술적 관심을 적극적으로 북돋아 주었다. 바스키아는 어릴 때부터 예술적 재능이 뛰어났고, 8세 때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당시 어머니가 가져다준 그레이 해부학 책(Gray’s Anatomy)은 훗날 그의 예술 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10대 후반 가출한 뒤에는 SAMO라는 이름으로 거리 벽에 사회풍자적 그래피티를 남기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 그는 거리에서 캔버스로 무대를 옮겨 거칠고 즉흥적인 선, 강렬한 색채, 낙서와 문자가 결합된 작품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의 작품은 흑인 정체성, 인종차별, 사회적 불평등,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재즈, 시, 역사적 상징이 뒤섞인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후 앤디 워홀(Andy Warhol)과의 협업으로 더 큰 명성을 얻게 되었지만, 1988년 약물 과용으로 2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생은 짧았지만, 바스키아는 거리의 예술을 미술관으로 옮긴 인물, 흑인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예술의 중심에 세운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있다.
전시장에 걸린 바스키아의 그림들은 언뜻 보면 단순한 낙서처럼 보이지만, 조금 떨어져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성과 색감이 매우 독특하고 생동감 있다. 글자와 그림이 한데 어우러져 그의 자유롭고 즉흥적인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1960년에 태어난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65세가 되었을 텐데,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탓에 늘 젊은 작가로만 기억된다. 의미 없는 상상이지만, 그가 더 오래 살았다면 어떤 예술적 행보를 이어갔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