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에 울고 웃다: 두 번째 도전 끝에 잡은 합격

부드러운 단맛 뒤에 노고

by 홍천밴드

시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크림빵은 의외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유행하던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간 빵(pain à la crème)에서 비롯되었는데, 당시 프랑스에서는 브리오슈나 슈 페이스트리에 크림을 채워 넣는 문화가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기술이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크림빵’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고, 1900년대 초 도쿄의 한 제과점에서 커스터드를 넣어 굽는 형태를 처음 만들어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에는 1950~60년대 서양식 제과 기술이 들어오던 시기에 함께 전해졌고, 단팥빵과 더불어 대표적인 ‘양과자’로 자리 잡았다. 이후 제과 기술과 냉장 설비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크림 형태가 등장해 1970~80년대에는 학교 앞 빵집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었다.


시대가 지나면서 2000년대 이후 유럽풍 빵이 유행하자 크림빵은 점차 ‘옛날 빵’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레트로 감성과 함께 다시 사랑받기 시작했으며, 바닐라빈이나 마스카포네 크림을 넣은 고급형 크림빵도 등장했다. 모양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빵이다.


이번 실기 시험에서도 두 번째 도전 품목으로 크림빵이 나왔다. 제발 나오지 않기를 바라던 빵이었는데 결국 등장해 버렸다. 크림빵은 크림을 넣는 충전형 12개와 비충전형 12개, 총 24개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크림을 넣기 위해 반죽을 밀대로 일정하게 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정말 어렵다. 반죽이 끈적거리고 손에 달라붙어 이상적인 타원형은커녕 모양이 쉽게 흐트러진다. 해본 사람은 안다.


작업 효율을 위해서는 12개를 한 번에 밀고, 한 번에 크림을 올리고, 다시 덮은 뒤 스크래퍼로 5등분을 만들어 성형하는 것이 좋다. 시험장에서는 반죽이 작게 밀려 크림이 밖으로 삐져나오는 바람에 순간 크게 당황했다. 한번 더 밀면 아마도 조금 크게 밀었을 텐데 다른 사람들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라 뭔가 조급하게 느껴져 그대로 만들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모양을 만들어 2차 발효실에 넣고, 이어서 비충전형 반죽을 만들었다. 비충전형은 중간에 기름을 발라 굽고 나중에 크림을 채워 넣는 방식이다. 물론 시험장에서는 비충전형 크림을 넣지는 않는다. 비충전형은 그래도 모양은 잘 나왔다.


두 판 모두 발효를 충분히 시킨 뒤 오븐에 넣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구워져 시험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끝냈다. 문제는 크림이 생각보다 많이 새어 나왔다는 것.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밀고 크림을 넣을걸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뭐 끝났다. 실기에서 떨어졌다고 거의 확신했다. “아, 또 시험 보겠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며칠 후 나온 결과는 뜻밖이었다. 62점 합격!


실기 평가 항목은 제조공정 A(27), 제조공정 B(28), 작품평가(45) 이렇게 3개로 구분되어 있다.


제조공정 A(초기공정)는 계량, 믹싱, 1차 발효까지 과정의 기초기술, 정확성, 위생을 평가하고 제조공정 B(중후 반공정)는 분할, 성형, 2차 발효, 굽기까지 과정에서 손기술, 성형, 시간/온도 조절 등을 평가한다고 한다. 제조공정 중에 내가 뭘 얼마나 감점을 하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2 항목 모두 16점이었다. 작품평 가는 굽기 완료 후 최종 결과물의 모양, 중량, 굽기 색, 내부 상태, 맛, 식감등을 평가한다. 작품 평가가 30점은 나와야 합격한다고 했는데 딱 턱걸이로 30점이 나왔다. 60점 이상이면 합격인데 62점!


크림이 새긴 했지만 전체적인 형태가 잘 나왔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당연히 불합격이라 생각했는데 합격이라니,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앞으로도 착하게 살아야겠다? 이제 남은 제과 실기만 준비하면 된다.


크림빵을 직접 만들어보며 다시 느낀 점은, 아무 생각 없이 먹던 빵 한 조각에도 수많은 과정과 세심한 기술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뭐든 마냥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수업시간에 연습했던 크림빵! 이건 내가 원하는 모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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