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가 있는 오후, 차와 빵 한 조각

짧은 가을, 마당에서 보내는 귀한 시간

by 홍천밴드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잔디를 적극적으로 말리는 사람들도 많다. 살다 보니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 것 같다. 잔디 관리는 정말 손이 많이 간다. 여름에는 주기적으로 잔디를 깎아야 하고, 죽어가는 잔디는 살려야 하며, 주변에 자라는 잡초도 꾸준히 뽑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때 보기 좋았던 잔디가 금세 보기 싫은 흉물로 변한다.


그래도 나는 아직까지는 잔디가 있는 마당이 좋다. 잔디가 없는 집의 마당은 어딘가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 들고, 잔디를 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역시 인간은 초록색을 보며 위로받는 존재인가 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잔디를 바라보는 시간은 길지 않다. 마음을 먹고 차 한 잔 하며 마당을 보면 쉬려고 하면, 늘 무언가 해야 할 일이 떠올라 금세 엉덩이를 떼버린다. 그래도 잠깐 앉아 차 한 잔과 빵 한 조각을 곁들이는 그 순간만큼은, ‘이 맛에 5도 2촌을 하는구나’ 싶다.


사실 1년 중 밖에 나와 앉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특히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밖에 잠깐만 나가있는 것도 힘들었고 겨울엔 강원도 추위를 실감하면서 눈을 치우느라 바쁘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수록 가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짧은 가을이 지나가고 있으니, 잠깐이라도 마당에 나가 가을 정취를 더 즐겨야겠다. 물론 금세 또 할 일이 생기겠지만!

오후 다과상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올해 첫 무 수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