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준비하는 가을의 풍경
이번 주 홍천은 영하의 날씨가 된다고 해서 걱정되는 마음에 심어둔 무를 모두 수확했다. 땅속 깊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자란 무를 하나씩 뽑을 때마다 묘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런데 막상 뽑고 나면 무보다 무청이 더 눈에 들어온다. 무청 줄기가 생각보다 튼튼하고, 잔털이 뾰족해 손끝이 따끔할 정도다. 직접 키워보니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삶기 전엔 무청이 한가득이었는데, 막상 데치고 나니 양이 훌쩍 줄어들었다. 말릴 곳이 마땅치 않아 옷걸이에 하나씩 걸어두었다. 말라가는 무청들을 보고 있자니, 오래된 농가의 풍경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겨울을 준비하던 어머니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이렇게 정성 들여 말려둔 무청은 겨울에 된장국을 끓일 때 넣으면 그 깊은 맛이 참 좋다.
도시에서만 살았다면 아마 평생 무청을 말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조금은 번거롭지만, 이런 일을 하며 농작물의 소중함을 몸소 배운다. 애써 키운 작물을 허투루 버리고 싶지 않은, 그런 농부의 마음이 생긴다.
오늘 아침, 내가 직접 말린 무청으로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국물 한 숟가락에 햇살과 바람, 그리고 며칠의 수고가 담겨 있는 듯했다. 왠지 몸이 한층 더 따뜻해지고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양한 무청 요리를 시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