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설탕·달걀의 완벽한 균형
파운드케이크는 제과 실기 품목 중 유일하게 윗면에 칼집을 내는 과정이 있는 케이크다. 만드는 과정 자체는 비교적 단순한 크림법이라 다행이지만, 오븐 앞에서 꺼내 바로 칼집을 넣어야 하는 순간만큼은 긴장이 된다.
만드는 순서는 정석적이다. 믹싱 볼에 버터를 풀어 부드럽게 만든 뒤 설탕, 소금, 유화제를 넣어 크림 상태가 되도록 충분히 돌린다. 여기에 달걀을 나누어 넣어 반죽을 안정시키고, 기계에서 꺼낸 후 체 친 가루를 넣으면 기본 반죽이 완성된다. 팬닝은 조금 재미있는 모양인데, 고무 주걱을 이용해 보트처럼 만들어준다.
오븐에 넣어 표면이 살짝 굳어 얇은 껍질이 형성되면, 바로 꺼내 중앙에 칼집을 재빨리 낸다. 그 뒤 다시 오븐으로 들어가면 칼집을 따라 반죽이 봉긋하게 솟아오른다. 이 과정이 늘 조금 부담이 되지만, 잘 갈라진 파운드케이크를 보면 그 순간의 긴장감도 나름의 재미처럼 느껴진다.
파운드케이크의 역사는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원래 ‘파운드(pound)’라는 이름은 버터·설탕·달걀·밀가루를 각각 1파운드씩 넣는다는 데서 비롯됐다. 18세기 유럽, 특히 영국에서 대중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재료의 분량이 명확해 문맹률이 높던 시기에도 누구나 만들기 쉬운 ‘기본 케이크’였다. 버터향이 진하고 묵직한 식감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사랑받았고, 이후 프랑스에서는 좀 더 가벼운 식감으로 개량되며 디저트 문화 전반에 자리 잡았다.
한국에 파운드케이크가 본격적으로 들어온 시기는 1960~70년대 제과 기술이 일본을 통해 전해지면서부터다. 당시 제과제빵 기술 대부분이 일본식 시스템을 기반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파운드케이크도 자연스럽게 '서양식 기본 케이크'라는 형태로 빵집에 자리 잡았다. 이후 호텔 제과와 전문 베이커리 문화가 발전하면서 버터 함량이나 풍미를 강조한 고급 파운드케이크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녹차·고구마·밤·홍차·유자 등 지역적 재료가 더해져 한국만의 파운드케이크 스타일로 확장되었다.
요즘은 카페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디저트가 되었고,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기본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케이크’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래서 제과 실기에도 여전히 포함되어 있고, 파운드케이크는 기술을 익힌다는 의미에서도, 역사적으로도 꽤 의미 있는 품목이다. 파운드케이크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단순함 안에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전통이 담겨 있다. 그래서 오븐 앞에서 칼집을 넣는 그 짧은 순간조차, 마치 역사 한 조각을 이어가는 기분이 든다.
역사는 오래됐지만, 한 입만 먹어도 여전히 미소를 짓게 만드는 케이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