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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 2촌의 핵심 중에 하나는 마음껏 먹는 구워 먹는 삼겹살이다.
마당이 없는 일반적인 아파트에서 삼겹살을 먹기는 너무 힘들다. 한번 삼겹살을 구우면 그 연기와 냄새를 빼려면 한참은 창문을 열고 환기도 시키고 뒤처리가 고달프다. 특히 그래서 겨울에는 창문을 열면 너무 추워서 겨울에는 집에서 냄새나는 음식을 해 먹기 어렵다.
하지만 5도 2촌에서는 마당이 있기 때문에 냄새나는 삼겹살은 물론 훈연요리도 마음대로 구워 먹을 수 있다. 밖에서 먹기 때문에 환기는 필요 없기에 너무 편하다. 5도 2촌 생활을 하기 전에는 그래서 야외에서 먹을 수 있는 캠핑장을 예약해서 여러 기구들을 바리바리 싸서 가서 먹곤 했다.
물론 그것도 봄, 가을에 하면 재미도 있고 운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먹으려면 장소를 예약하는 것부터가 힘들고, 예약하고 나서는 그 시간에 맞춰서 가고 먹어야 하고 등등 신경 쓸 것이 많다.
2촌 생활을 하고 나서는 캠핑장을 예약한 일은 없다. 주말에는 아주 드넓은 나만의 마당이 있기 때문이다.
삼겹살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대단하다. 언제 먹어도 맛있다. 아무리 잘 못 구워도 탄 경우만 빼면 다 맛있다. 돼지기름으로 김치까지 같이 구우면 금상첨화. 그리고 여름엔 텃밭에 상추 농사를 하게 되면 바로 마당 옆 텃밭에서 상추를 금방 따서 삼겹살과 쌈을 해서 먹으면 이게 바로 행복인가 싶다.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보다 바로 딴 싱싱한 상추와 바싹 구운 삼겹살 한 점은 더 맛있다. 갑자기 숭고한 돼지의 희생이 고맙게 느껴진다.
그리고 좀 더 지나서 2촌 생활을 하다 보면 삼겹살을 숯불 그릴에 굽는 건 잘 안 하게 된다. 기름이 많은 고기는 기름이 숯에 떨어지면 연기가 많이 나고 불에 태우지 않기 위해 고기를 마구 뒤집어야 돼서 사실 고기가 그렇게 맛있게 구워지기 어렵다. 분위기 탓에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시골 생활이 길어지면서 삼겹살을 그냥 가스위 불판에서 구워 먹는 것이 가장 맛있고, 숯불 그릴에는 기름기가 적은 소고기를 구워 먹는 게 제격이다. 그리고 좀 더 레벨이 업그레이드되면 통삽겹을 훈연해서 먹게 된다. 훈연 고기를 만들 때는 연기가 엄청 많이 나서 정말로 마당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요리이다. 그 방식으로 닭도 훈연하면 정말 맛있는 훈연 닭구이가 된다.
오늘 주말에도 어떤 고기를 구워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으로 주중 근무시간을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