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와도 걱정, 해가 쨍쨍해도 걱정
5도 2촌의 핵심은 텃밭이다.
텃밭에 가장 키우기도 쉽고 활용도가 높은 작물은 상추다. 상추가 가장 쉽긴 하지만, 그냥 심는다고 다 잘되는 건 아니다. 상추 한 장을 키우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다. 처음 씨앗을 발아해서 상추로 키우기까지는 너무나 어렵다. 처음엔 호기롭게 몇 번 시도했는데 씨앗으로 시작해서 제대로 상추는 키운 적이 없다.
그래서 가장 쉽게 키울 수 있는 건 모종으로 키우는 것이다. 모종 상태의 상추도 사실 그런대로 사람의 노고와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 그냥 자라는 것이 아니다. 나도 농작물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동안에 겪었던 텃밭 경험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봄에 작물을 심으려면, 일단 밭을 갈아야 한다. 겨울 내내 얼었던 땅은 그대로 굳어 있어, 삽질이라는 걸 하게 되는데 이게 참 힘들다. 정말 얼마 삽질을 안 했는데, 한 일분도 안 돼서 너무 힘이 들고 이걸 왜 하고 있을까 그냥 작물은 돈 주고 사 먹는 게 최곤데,,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래서 밭은 사람이 가는 게 아니라, 소가 갈던가, 기계가 가는 모양이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말 몇 평 안 되는 공간은 그래도 할 수 있긴 한데, 조금 더 넓은 공간은 사람이 삽 가지고는 할 수 없다.
어지간이 땅에 삽질을 했으면, 이제 비료를 뿌릴 차례이다. 땅과 비료를 잘 섞어준다. 이 때도 삽질이 필요하다. 밭을 가는 기계가 있는 곳을 지나가다가 보면 급 부럽다. 좀 우리 텃밭으로 와 달라고 하고 싶지만 차마 농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어 마음속으로만 부탁을 해본다.
잘 섞은 후 고랑과 두둑을 만들어 준다. 고랑은 만들어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길과 물을 고이지 않게 하는 역할 등을 한다. 고랑보다 높은 봉긋하게 올라온 자리를 두둑이라고 한다.
그다음은 멀칭을 해야 한다. 멀칭은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검은 비닐을 땅에 씌우고 모종이 들어갈 자리를 구멍을 낸다. 요즘엔 미리 구멍도 나져 있는 검은 비닐을 파니 그것을 활용하면 더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역시 농사도 장비빨이다.
드디어 이제 모종을 심을 차려다. 모종을 심을 때 그대로 땅에 심는 것이 아니라, 모종에 물을 주고, 심을 땅을 파고 거기에 물을 주고 기다리고 나서, 모종을 땅에 심는다. 너무 힘을 줘서 심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흙을 달래가면 심어야 한다. 이제 준비는 다 됐다.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달 이상은 지나야 상추의 형태를 만나볼 수 있다. 중간중간 물도 주고, 비료도 주고, 안 좋아 보이는 상추 잎은 따서 버려야 한다. 이렇게 상추를 관리하고 보살펴 줘야 제대로 된 상추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상추에 물을 줄 때 세게 주면, 흙이 튀어서 땅 근처에 있는 상추는 제대로 크지 않는다.
그런대로 시간이 지나면 삼겹살 먹을 때 바로 밭에 나가서 조금 잎을 따주면 싱싱한 상추를 먹을 수 있다. 그럴 때면 정말 5도 2촌 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추 잎 하나 먹는 게 이렇게 힘든 일 이라니. 그리고 텃밭 일은 해가 있을 때 하게 되면 너무나 덥고,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농작물을 먹는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고달프지만 뿌듯한 일이다. 왜 뿌듯한 지 생각해 보면, 어떤 일이나 내 노력이 들어간 일에 대한 결과물이 내가 생각한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그동안의 나의 노력은 바람처럼 없어져 버리는 일들이 많다. 그런데, 농작물을 키우는 일은 내가 열심히 한만큼, 노력하고 관리하면, 내가 생각했던 결과물 보다 더 좋은 성과를 이루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노력대비 성과가 그려지는 일이라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농작물이라고 해서 노력한 대로 거두는 것은 아니다. 잘 자라다 가도 병충해에 죽거나, 갑자기 태풍이 올 수도, 가뭄이 올 수도 있다. 이런 천재지변은 내가 뭐 어떻게 한다고 바뀌는 건 아니니 그냥 그것은 그것대로 순리에 맞게 생각하면 된다.
텃밭을 시작하게 되면 도시에 있을 때 비가 많이 오면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이 되고, 햇빛이 쨍쨍하면 쨍쨍한 대로 걱정이 된다. 옆에서 돌봐 줄 수 없으니 주말에 가면 금방이라도 죽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시골에 도착하자마자 텃밭으로 달려가면, 물론 시들시들 죽어있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떻게든 살아서 뿌리를 깊게 막고 있다. 그럴 때면 이 작은 식물이 대단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다. 그냥 마트에서 농작물을 사 먹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리고, 5도2촌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상추는 계속 먹을 수는 없는 작물이다. 몇 달이 지나면 점점 상추대가 자라서 키가 커진다. 그러면서 상추 잎이 좀 인공? 적인 푸른색으로 변하고 잎이 작아진다. 그러면 이제 상추는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어진다.
농작물 키우는 건 몸과 전신 건강에도 좋다. 계속 움직이게 되어서 따로 운동이 필요 없을 정도이고, 마음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아무 생각 없이 노동에만 집중시키는 건 정신을 쉬게 해주는 것 같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작던 크던 텃밭을 가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텃밭이 아주 작은 땅이라도 있다면, 아마도 도시 사람들도 조금은 행복해질 것 같다.
겨울이 되면 내년 한 해 무슨 작물을 텃밭에 심을까? 이런 고민을 내 내하게 된다. 내년에는 상추는 기본이고, 오이, 토마토, 가지, 열무, 부추, 고추... 이런 것들을 올해보다는 더 잘 길러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