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이래서 좋다
시골생활을 하면 도시에 비해 가장 좋은 점은 내 마당이 있다는 것이다. 마당에 대한 로망은 코로나 기간에 정말로 필요했다. 전염병으로 인해 집안에만 갇혀 있는 도시의 삶은 너무나 힘들었다. 그때 집에 마당이 있다면 사실 밖에 못 나가게 하더라도 크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도시 집에서는 베란다가 없고 창문만 있어서 밖에 나가고 싶으면 옷이고 뭐고 다 갖춘 상태로 마음먹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잠옷바람으로 마당에 나가도 된다. 물론 옆집에서 볼 수 있긴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거실, 현관문만 열면 마당으로 바로 연결되니 아무것도 안 하고 밖에 나가서 잠시 걷기만 해도 기분이 전환된다. 예전엔 몰랐는데 요즘 들어 햇빛이 참 고맙다. 저녁이 지나면 어김없이 해가 뜨고 햇빛이 내 마당에도 들어올 때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인간의 유전자에는 햇빛 있는 시간에 나가 먹거리를 구했던 시기가 DNA에 깊게 새겨있는 게 분명하다. 인간 다운 삶이란 낮에는 밖에서 먹을 것을 구해야 하는데 지금은 실내에서 컴퓨터를 두들기면 먹거리 비용을 마련하니 햇빛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때가 많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라도 손쉽게 햇빛을 볼 수 있는 시골집은 참 좋은 곳이다.
두 번째는 시골생활이 좋은 점은 마당과 비슷한 결일 수 있는데, 땅과 가까운 곳에서 생활한 다는 점이다. 아파트는 공동생활하기에 참 편한 곳이긴 하지만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을 살게 하기 위해서는 높게 높게 솟아있다. 고층이 로열층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땅과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게 좋을지 만무하다. 땅에서 가까운 곳에서 생활을 하면 무언가 그 공간에서 주는 안전감이 있다. 그리고 숙면에도 좋다. 시골을 밤에 빛이 거의 없고 소음도 아예 없어서 잘 잘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긴 하지만 지면과 가까운 것도 숙면하는데 도움이 된다. 땅의 소중함이랄까 그런 것을 2촌 생활에서 피부로 느낀다. 세계의 장수마을을 찾아가서 어떤 비밀이 있는지 밝히는 다큐멘터리를 봤었는데, 장수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마당이 있고 그 마당을 소소하게 가꾸면서 사는 분들이 많았다. 마당에서 일하면서 몸을 무조건 움직이게 하고 땅에서 나온 작물로 신선한 음식을 만들면서 지내는 것 사실 우리는 정답을 모두 알고 있다.
세 번째는 여유로움이다. 홍천은 인구소멸지역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시내가 아니라면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없다. 물론 다들 차를 타고 다녀서 그럴 수 있지만 사실 차도 별로 많이 안 다닌다. 도시생활에서 힘든 점 중에 하나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 버스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 힘들다. 강남역 2호선 오후 6시에 플랫폼에 가보면 참 놀란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많나. 개찰구 근처까지 사람들이 꽉 차고 차량을 몇 번씩 보내고 나서 내 차례가 돼서 그 안에 비집고 타면 숨 막힐 정도로 내 공간이라곤 1센티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다음 정거장에 아무도 내리지 않아 공간이 없는데도 귀갓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마구 몸을 구겨서 넣는 것을 보면 짜증도 나고 빨리 내리고 싶지만 내리지 못하는 이 상황은 더 짜증이 난다. 그렇게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났다가도 이곳은 사람이 너무 없어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반갑다. 인간은 일관성이 없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데 그 상황에 맞게 아주 좋게도, 아주 나쁘게도 생각한다. 여유로움은 그 공간에서 주는 안정감에서 비롯된다.
2촌 생활에서 주는 좋은 점을 써봤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다음번에 안 좋은 점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