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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 2촌, 시작 전 필수 준비 사항

하고 싶은 것을 많이 준비할수록 성공의 길은 열린다

by 홍천밴드

먼저 2촌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사실 이게 핵심이다.


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해야 한다. 콘텐츠가 빈약하면 단기간 내에 2촌 생활을 접을 수도 있다. 안 그러면 도시에서 하는 것도 시골에서 하는 것이 환경만 바뀌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수 있다.


내가 계획하고 실행했던 콘텐츠와 아직 하지 못했지만 준비 중인 콘텐츠를 대략적으로 쓴다.


첫 번째는 농사짓기이다. 2촌에서의 메인 콘텐츠는 뭐니 뭐니 해도 농사짓기다. 봄, 여름이 가장 바쁘고 할 일도 많다. 아마 주말 농장을 하셨던 분들은 잘 아실 거다. 도시에서만 살다 보면 농사라는 게 너무 먼 이야기이다. 기껏해야 화분에 꽃이나 화병의 대나무 정도 키운 게 다였다. 그런 사람이 막상 시골에 텃밭이 주어지니 이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니 공부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물론 2촌 생활을 지금 2년 정도 했지만 아직도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더 많다. 농작물에 따라 주의해야 할 것과 해줘야 할 일들이 다 달라서 처음엔 쉽지 않다. 기본적인 사실은 늘 관심을 가지고 잘 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두 번째는 바비큐이다. 밖에서 고기를 구워서 먹는 것이 어찌 보면 핵심 같긴 하다. 그런데 이런저런 장비들을 사서 숯을 이렇게 저렇게 해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 근데 훈제 돼지, 닭, 양 같은 고기는 숯에 하나 에어프라이에 하나 거의 맛 차이는 훈연향 이외에는 없다. 직접 숯으로 삼겹살은 구우면 기름이 떨어지면서 연기가 많이 나서 사실 프라이팬에 구워 먹는 게 더 맛있을 때가 많다. 결론적으로 소고기를 숯에 구워 먹는 게 아니면 이런저런 장비를 준비해서 개고생 해가면서 고기를 굽는 게 효율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바비큐는 갬성의 영역이긴 하다. 숯이던 장작이던 에어프라이던 프라이팬이던 고기를 밖에서 마음대로 여러 방법으로 구워서 먹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세 번째는 음악 만들기이다. 농사일이 많이 없는 시기에는 음악 만들기에 적기인 시기이다. 뚱땅뚱땅 마음대로 음악을 만든다. 드럼, 기타, 베이스, 효과음, 목소리까지 넣어서 곡을 만들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자부심이 생긴다. 주중에 갑자기 악상? 이 떠오르면 음성메모를 해둔다. 그 메모 기반으로 음악을 만들어 본다. 물론 중간중간 힘들다. 듣다 보면 지루하기도 하고 별로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이 부분은 수정할지 더 만들지 고민이 많이 된다. 엉덩이 붙이고 앉으면 조금씩 발전된다.


네 번째는 안 해본 음식 하기다. 시골에서는 도시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음식들을 일부러 더 해본다. 만두 만들기, 담금주 만들기, 동치미, 치킨 무, 김치 등등 도시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해보지 않았던 음식들을 하면서 내 먹을 음식들을 내 손으로 해 먹는 즐거움을 느낀다. 도시에서 손쉽게 사 먹을 수 있지만 내가 만든 거랑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니까 그렇다.


다섯 번째는 음악 듣기이다. 도시에서는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 안 그래도 봐야 할 영상들이 밀려있어서 음악을 들을 그런 여유도 시간도 없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낮시간에는 영상보다는 음악을 듣는 게 일상이 되었다. 아직 LP판이 얼마 없지만 LP 음악들을 들으면서 무언가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든다. 조만간 LP판을 더 사야겠다. 그래야 내가 소유한 음악이 더 많아지니까 욕심을 천천히 부려보려고 한다.


여섯 번째는 음악 들으면서 책 읽기다. 도시에 있을 때 책을 읽긴 하지만 사실 각 잡고 책 읽기 간 여간 쉽지 않다. 시골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기엔 아주 좋은 장소다. 스트라도몬 의자에 앉아 혹은 해먹에 누워서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일곱 번째는 그림 그리기다. 그림은 사실 많이 그리진 못했고 한 세 번 정도 했다. 취미가 되기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중에 정식? 은퇴하면 이것도 리스트에 순위가 많이 올라갈 것이다.


여덟 번째는 가죽제품 만들기다. 이 가죽 취미는 한몇 년 전 꾸준히 했던 취미이긴 하다. 가죽 소품으로 자그마한 것을 만들려고 해도 시간이 어마무시하게 들어 그만뒀던 취미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가죽에 구멍 뚫으려면 고무망치를 써야 하는데 늘 층간 소음이 걱정됐는데 시골에선 그런 걸을 걱정할 필요 없으니 마음대로 해볼 수 있겠다. 이건 아직 시골에서 시작은 안 해봤는데 조만간 시골에서 다시 시작해 봐야겠다.


대략적인 콘텐츠를 정리해 보았다. 이렇게 쓰니 그동안 썼던 에피소드의 종합판이 되었다. (자기 복제?)


혹시 2촌 생활을 꿈꾸시는 분들은 시골에서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미리미리 정해두시라고 추천드린다.

DALL·E 2025-01-13 21.56.29 - A motivational and artistic illustration featuring a person planning their future goals in a tranquil rural and urban setting. The scene shows a balan.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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