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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Jun 29. 2023

고독과 외로움

고독할 수 있는 건 타인의 존재 덕이다


고독은 외로움과 다르다. 현자와 성공한 사람들이 꼽는 자아 발견과 성취에 필수인 요소는 고독이지 외로움은 아니다.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렌트는 외로움이 홀로 있을 때 느끼는 기분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외로움은 사람들 속에 있을 때 갖게 되는 느낌이다. 즉 고독과 외로움은 단순히 외형적 상태에 따른 느낌 차이가 아니라 내면의 유대감 유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홀로 있어도 정신적으로 누군가 나와 가깝고 감정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정서가 있으면 고독이고, 여럿과 함께 있어도 그게 없으면 외로움이다.


나는 홀로 있기가 두려운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나는 언제나 홀로 있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외로움을 겁내지 않는 특별한 성향 때문이 아니었다. 수적으로는 양손으로 꼽고도 남을 정도로 적지만, 내게는 언제나 나와 깊은 유대감을 갖는 친구들, 부모, 형제가 있었고 배우자도 있다. 내가 고독을 즐길 수 있었던 건, 공기와 같았던 그들 덕분이지 내 성향 또는 어떤 능력이나 자질 덕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비록 내 마음에 쏙 드는, 그래서 불만 없는 완벽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지라도, 내 주위의 당연한 존재라고 여기던 그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홀로 있음의 진짜 능력은 친구도, 부모도, 형제도, 배우자도 모두 사라졌을 때 드러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무리 독립적 자립적 인간이라 해도 그런 관계가 두절된다면, 그 독립성과 자립성은 아무 의미 없다. 그런 존재는 그저 숨만 쉬는 생물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독립이나 자립은 허허벌판에 혼자 서 있는 게 아니라 타인을 전제할 때 성립하는 개념이자 상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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