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쓰기를 천대하는 조선식 사고방식의 잔재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속담은 한국에서 아무 의심없이 흔하게 쓰이는 말이다. 비슷한 문제에서 출발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인다. "머리가 나빠도 튼튼한 다리가 있으니 괜찮다"
두 차이는 무엇인가? 몸 쓰는 것에 대한 인식이다. 한국에서 아둔함을 탓하는 건 몸을 써야 하는 것, 즉 몸 쓰는 걸 가능한 꺼려야 할 수고로운 일로 여긴다는 전제 때문이다. 반면, 머리가 아둔해도 괜찮다는 프랑스 문화는 몸 쓰는 것에 대한 일말의 거부감 없는 배경을 전제로 한다.
이 차이를 발견하고 나는 한국의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속담이 조선의 잔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힘든 농사일 하는 소작농을 양반이 돗자리 위에 누워 곰방대 피우며 바라보는 김홍도 그림("타작")처럼 몸 쓰는 건 하위계급으로 태어난 하늘의 저주로 여기며 무위도식을 최고로 여기던 조선 양반 사고방식의 산물 아닐까 하는 것이다.
오늘날 10대 학창시절, 체육/체력 단련을 도외시하고 온통 책상 공부에만 매달리도록 하는 입시제도는 단지 제도 또는 경쟁 때문이 아니라 몸 움직이고 땀 흘리는 걸 그토록 천대한 조선인의 잔재 영향도 적지 않을 지 모른다. 직접 손과 몸을 써야하는 기술직 등보다 책상머리 업무가 대부분인 공무원, 대기업 사무직의 기득권 강화 흐름도 마찬가지 맥락이고.
심지어 사무직 안에서도 몸 쓰기를 꺼린다. 특히 나이 먹어 상급자가 될수록 더. 내가 일했던 국회의원 비서실에서도 부지기수로 일어났던 일. 지역구민을 국회로 초대하거나 의원실 주최 회의를 하면, 안내와 행사 준비 등 보좌진이 관련 잡무를 하나하나 다 해야 하는데, 힘(몸) 써야 하는 일은 서로 하기 싫어서 갑자기 바쁜 척 눈치 보며 빼는 일이 벌어지면서 자연히 하급 행정 담당 직원 몫으로 떠 넘겨지는 일이 부지기수. 내가 이 악물고 기어코 정책 업무 담당자로 업무 전환한 이유 가운데 커다란 하나가 바로 그렇게 상급 직원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 싫어서였다.
머리가 나빠도 튼튼하고 건강한 몸이 있으니 괜찮다,란 인식이 근대 체제인 현실에 적합하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란 속담이 사라지는 것도 한국의 근대화 척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