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최저 임금 결정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게 아니라 촉진
국가주의가 시장 실패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고, 시장주의는 시장 실패에도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손 놓고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어느 방송에 출현한 대학 교수가 설명한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면서.
애덤 스미스가 시장 실패에도 정부가 가만히 손 놓고 있어야 한다고 했나? 한 챕터를 할애하며 시장 실패에 대한 정부 역할을 설명하는 경제학 원론은 국가주의를 설명하는 것인가? 라고 묻고 싶다. 정부는 시장 바깥에 있는 어떤 초월적 존재인가?
시장 실패에 손 놓고 있는 걸 시장주의라고 생각하는 건 청산주의와 혼동하는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청산주의는 혁신 과정에서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들을 억지로 보호하려 하면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그들이 저절로 혁신 산업에 흡수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으로 아마도 슘페터의 혁신 설명에서 나온 듯하다.
가령, 인쇄술이 발명 됐을 때 책을 만들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필사 하는 일을 했던 사람들은 직업을 잃기 마련이다. 이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쇄물에 높은 세금을 붙이거나 또는 필사본 작업장에 지원금을 주거나 하면 인쇄 산업 발전이 더디다. 정부가 그런 인위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인쇄물을 급증한 수요만큼 공급하기 위해서 인쇄 작업장 규모를 늘리는 투자가 이루어지고 그에 필요한 인력도 증원 한다. 필사 작업을 하다가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인쇄 기술을 익혀 새로운 작업장에 새로운 방식으로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실직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때 정부가 사양 산업을 지속 시키는 폐해가 있더라도 실직자의 충격을 완화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 아마 소위 좌파?였다. 시장이 스스로 혁신 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때까지 사양 산업을 지속 시키는 지원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 청산주의이며, 이는 결국 보다 자본력 있는 큰 업장이 영세 업장을 흡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소위 한국에서는 있는 사람, 기업을 두둔하는 입장이라고 여겨져 왔다.
청산주의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람이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거란 가능성이 있을 때 유용하다. 즉, 국가에 의한 인위적 구조조정에 의한 퇴출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 발견 또는 확대에 의해 산업 구조 및 체질이 바뀔 때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요즘 흔히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맞다고 말하는 건 청산주의의 결과적 입장을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청산주의라고 보기도 어려운 게 그 퇴출이 시장이나 기술 혁신에 의한 자생적 현상이 아니라 복지를 개인의 노동임금으로 보완하려는 국가의 인위적 결정에 의한 것이란 점이다(국가가 할 일을 개인과 업장에 떠넘기는 것, 국가주위적인 부분은 이 부분이다). 그래서 퇴출된 이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 즉 그들이 망해서 텅 빈 그 시장을 흡수해 몸집을 키울 업장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한국은 자본력 있고 힘 있는 업체의 세 확장을 견제하는 일에 더 중점을 두는 분위기 아닌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면서 그들이 성장할 유인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즉시 견제하는 것이 한국의 실정이다.
지급 여력이 되지 않으면 장사 또는 사업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매우 매몰차고 사람을 사지로 몰아 넣는 느낌이 드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최저임금 급상승 추세 지지를 도저히 거두지 못하겠다면, 그래서 최저임금 못 주면 장사 접으라는 주장에 호응할 수밖에 없다면 그럴 경우라도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고 곧 다른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고 자기 계발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보완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지금 이런 식이면, 시장에서 도태되면 바로 즉사다. 언제까지 기업에게 빌붙어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각자도생 방식을 지속할 텐가. 북유럽이 부럽다며.
국가가 민간의 노동 가격 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은 권위주의적 발상이다. 그러한 권위주의는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역할이 아니라 시장 실패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실패에 대한 국가 역할은 국가 갖고 있는 권위의 힘으로 민간을 압박하게 아니라 민간을 안전하게 떠 받치는데 있다. 복지 국가를 만들고 싶으면 사회 구성원이 국가에게 완장질이 아니라 시장에서 도태되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안전망을 탄탄히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