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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Jan 03. 2019

홈리스 소녀의 하버드 입학

  공부는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일 가운데 하나다. 그 이유는 첫째, 공부 내용이 실제 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 다양한 방법을 응용해서 원소주기율표나 역대 왕 이름을 외운다. 노래로도 만들고 시 같이 읊어 보기도 한다. 학교 다니는 동안 곧잘 불렀지만, 그 노래를 이성 친구 앞에서 부르는 경우는 없다. 둘째, 혼자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공부를 경쟁이라고는 하지만 지식 습득과 독창적 생각은 기본적으로 자기 안에서 벌이는 일이다. 투자시장 역시 제로섬 게임이라는 면에서 경쟁이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면에서 혼자와의 싸움이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 주고받는 반응이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완전히 혼자와의 싸움만은 아니다.  

    

  싸움에는 여러 요소가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상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상대를 알아내고 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효율적 전략·전술이 필요하다. 혼자와의 싸움은 이에 비해 단순하다. 혼자 하는 일에서도 효율이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끈기와 부지런함이다. 어떤 상대와 반응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지루하고 성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을 접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말은 거꾸로 끈기와 부지런함이 있으면 다른 일에 비해 비교적 쉽게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태어날 때부터 홈리스인 카디자 윌리엄스라는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줄곧 최저빈민 생활을 하며 집 없이 떠돌았기 때문에 학교를 12번이나 옮겼다. 4학년과 5학년은 절반만 다녔다. 6학년은 아예 건너뛰었으며, 8학년은 고작 2주일 다녔다. 그래도 학교를 갈 수 있는 날은 아무리 멀어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갔고, 우범자들이 득실거리고 비웃더라도 책을 읽을 수 있으면 가로등 아래에서라도 밤 11시까지 공부했다. 그렇게 공부하며 한 달에 책을 네다섯 권 읽었다. 여러 곳에 편지를 보내 자기 학업을 도와달라는 적극성도 보였다. 2009년 마침내 그녀는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다. 하버드에서 입학 허가를 했다니,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한 덕분에 성적이 출중했으리라 짐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스토리다. 그녀의 성적은 사뭇 현실적이다. 웬만한 주립대학에도 지원하기 어려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하버드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대학, 브라운대학 등에서도 그녀에게 합격통지서를 보냈다.      


  유수의 명문대학들이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 대학은 에세이와 면접이 성적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들었다. 학생의 자질을 보는 것인데, 무엇보다 졸업 후에 자기 학교의 이름을 드높일 인재가 될 만한 싹수가 그 기준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목표를 향해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일을 추진한 태도가 무엇보다 돋보였다. 명문대학들도 그것을 높이 평가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녀가 보여줬던 태도라면 학과 과정을 잘 이수할 것은 물론이고, 어떤 위기도 극복할 것이다. 따라서 그녀가 개척할 미래는 대학과 동문의 위상을 강화하리라 판단한 것이다.  

    

  즉, 공부는 성적 자체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부를 하면서 드러나는 그 사람의 자질과 태도·습관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으뜸은 근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공부하기만 하면 꼭 성적이 아니더라도 다른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부 결과는 손쉽게 얻을 수 없다. 부자가 되는 길을 단 번에 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 몇 번의 투자나 횡재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수 없듯이, 공부도 한 번에 학습 내용을 익힐 수 없다. 우연한 투자나 사업이 잘 되거나 또는 복권 당첨이나 유산 상속으로 벼락부자가 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산관리 실력이 없으면 그 부가 오래가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우연히 한 번 본 내용이 시험에 나와 좋은 성적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공부 습관이 없으면 그 성적을 유지하지 못한다. 인간은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각도에서 개념을 익히고 응용하기를 거듭해야 내용을 제대로 습득할 수 있는 인지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열다섯 살의 어린 황상은 스승인 다산 정약용에게 공부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자신은 둔하고, 꽉 막히고, 미욱해서 공부 자질이 없다고 말한다. 정약용은 이렇게 말한다. “둔하지만 공부에 파고드는 자는 식견이 넓어질 것이고 막혔지만 잘 뚫는 자는 흐름이 거세질 것이며, 미욱하지만 잘 닦는 자는 빛이 날 것이다. 파고드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뚫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닦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그렇다면 근면함을 어떻게 지속하느냐, 마음가짐을 확고히 하는데 있단다.”     


  근면함은 재주나 좋은 머리보다 앞선다. 그 어떤 환경보다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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