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닐라 스카이>
영화 <바닐라 스카이>를 봤다. 십여 년 전에 한 번 매우 인상 깊게 본 적 있다. 뭔가 쇼킹하면서도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영화 아바타나 인셉션과 비슷하게 루시드 드림을 기본 모티브로 했다는 건 알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확실히 와 닿는 것도 있다. 진짜 삶을 살려면, (에고의) 선망이나 우상 비슷하게, 막연하게 이상적인 바람에 대한 끌림(영화에서는 페넬로페 쿠루즈로 구현)을 과감히 끊어내고 자기가 평소 가장 두려워해서 꺼리던 일(영화에서는 고소공포증)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 둘은 양극단에 있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리라 여겨진다. 페넬로페 쿠루즈가 톰 크루즈가 좋아서 함께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카메론 디아즈는 톰 크루즈가 그저 즐기던 이성, 함께 하고 싶어하지 않는 대상으로 표현되는데, 그렇게 싫어하고 기피하려는 대상인 카메론 디아즈를 피해다니다가 결국 자기 삶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사고를 당한다.
싫은 일이나 상황, 감정 등을 외면하거나 기피하려는 건 인간 본능이다. 그러나 그 본능에만 충실해서 싫은 일이나 상황, 혐오스런 자기 모습을 대면하지 않으면 그것들은 해소되지 않은 채 무의식 깊은 곳에 남아 저장되고 차곡차곡 쌓여 결국 언젠가 커다란 고통으로 삶에 등장한다. 따라서 평소 가장 두려워해서 꺼리던 그 일을 가능한 기피하지 않고 부딪히는 태도가 필요한데, 사실 그것이 진짜 현실의 페넬로페 쿠르즈를 만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삶 자체가 서서히 단계적으로 그 목전에 다다르는 과정이 아닌가 여기는데, 영화 주인공처럼 극한으로 고통스러운 일을 겪는 사람 가운데에는 본의 아니게 그 지점으로 직진 추월하는 경우도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