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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Apr 04. 2019

자기 일을 찾는 방법

"고통 속에서 자기 자신을 알아 간다"

나는 오래전부터 책쓰기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감히 덤벼볼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가슴 한 구석에 품고만 있었다.  경력 공백기에 슬그머니 책쓰기 강좌를 등록해 본 적 있지만, 두 세번 나가고 그만뒀다. 다시 일하기 됐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 함께 일하게 된 의원은 이전의 네 명 의원보다 보좌하기 훨 수월하다고 느꼈다. 다들 명석하고 똑똑한 건  마찬가지이지만, 이 의원은 그야말로 정치인 답게 말을 잘했기 때문이다. 정치인하면 달변가를 떠올리지만, 의외로 정치인 가운데에는  A4없으면 영락없이 눌변인 사람이 더 많다. 물론, 국회의원은 초선이 훨씬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임기를  거듭해 중진이 될수록 당연히 말주변은 늘고, 대부분 A4없이도 어느 정도 얘기할 정도는 된다. 그 의원도 아마 재선인 덕이었을까.  그 덕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보좌진 업무 능력 가운데 많이 꼽는 게 글을 잘  쓰는가이다. 의뢰가 들어오는 기고문이나 축사 등을 써야 할 일도 많기는 하지만, 질의서 역시 대본 쓰듯 쓰는 경우가 많기에 많은  의원실에서 사람을 뽑을 때 글쓰기 능력을 어느 정도 요구한다. 그러나 그 의원실은 그런게 별로 필요 없었다. 일단, 의원이 말을  잘하고 본인이 언론을 통해 늘상 이슈와 여론 파악을 하는 덕이었다. 질의장에서 그냥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질의서도 배경과 질의 방향을 줄줄이 써서 줘도 스스로 질의 요지를 파악해서 자기 식대로 풀었기 때문에 질의서를 그냥 읽으면서  질의하는 경우보다 자료 준비하는 게 훨 수월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무 좋았다. 너무 편하다고 생각했다. 질의 꼭지를 찾아내는 건 언제나 쉽지 않지만, 그걸 글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문장을  찾아내는 것 또한 상당한 에너지가 드는데 그 노력이 덜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원실에는 기고문 같은 걸 쓸 일도 별로  없었고, 간단한 축사는 의원 스스로 하고, 또는 지역에서 처리했다. 전반적으로 문장을 만들어낼 일이 거의 없었다.


처음엔 그게 너무 좋았는데 왠지 점점 뭔가 일에서 만족감을 찾기가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물론, 신중한 점검 없이 빨리빨리 법을  만들어내고 또 넘 단순하기 그지 없는 규제를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가장 불만스럽고 고통스러웠지만, 내 불만에는 또 다른 원인도 있는  것 같았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 생각해보니, 글 쓸 일이 별로 없었다는 게 뭔가 더 갈증을 느끼게 만들었던 것 같단 사실을  깨달았다. 글을 쓰면서 특별한 기쁨 같은 걸 느끼지는 못하지만, 나는 글을 쓰지 않으면 가뭄에 땅이 갈라지듯 온전하지 못한 상태가  되는 사람인 것 같다. 그걸 글 쓸 일 없는 편한 의원실에서 일하면서, 몸은 편하지만 뭔가 불만족스러운 상태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오늘 머투 줄리아의 투자노트가 실리콘밸리 부자들은 왜 향락 대신 고통에 빠져드는가,란 제목으로 미국 신흥  부자 사이 공통적인 태도를 소개했다. 그런 일을 하는 이유 가운데 네 번째가 뭔가 내 경험과도 비슷한 것 같다. "고통 속에서  자기 자신을 알아 간다."


 #마조히스트는아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8&aid=0004196671&fbclid=IwAR2WpOthExmmAR9NWavxU62oX6kVEiAg-bP4uwPWeviKO5rtjrtmbgOsA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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