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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같이엄마 가치엄마 Aug 20. 2022

3. 엄마, 오늘은 회사 가지 않으면 안될까요?

그림책 솔루션 ③ <엄마가 오는 길> <엄마 회사에서 내 생각해?>

달콤이가 6살이었던 어느 날. 유치원을 갔다오더니 갑자기 내게 심통을 부리며 말했다.


"엄마, 사랑이 엄마는 일을 안하는데, 왜 엄마는 일을 해요? 엄마도 회사 가지 않으면 안되나요?"


사실 이 말은 6살 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더 어릴 때도 여러 번 회사를 가지 말라고 졸랐다. 그럴 때면 이렇게 대응했다. 엄마가 일을 하러 가지 않으면 돈을 벌지 못하고 달콤이 장난감을 살 수 없게 된다고. 어릴 땐 이렇게 말하면 장난감 때문에라도 "그래, 그럼 일 해야겠네요" 단념하더니, 그땐 아니었다.


언젠가 정확히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이때'라고 생각했다. 엄마의 정체성에 대하여.


"엄마는 달콤이 엄마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이기도 해. 엄마가 말했지? 달콤이한테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달콤이 자신이야. 엄마한테도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야(예전에도 이렇게 한 번 말했다가 엉엉 운적이 있어서, '근데 엄마는 달콤이를 더 좋아하긴 하다'고 소곤거려줬다). 엄마가 나 자신을 잃으면 엄마도 달콤이도 행복해질 수 없어.


일은 엄마에게 중요해. 돈도 벌게 해주지만 무엇보다 엄마가 하고 싶었던 일인데다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을 느껴. 일은 엄마를 나 자신답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야."


동그란 달콤이의 눈은 더욱 더 큰 동그라미가 됐다. 6살 딸에게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일의 의미를 설명하는 게 조금 이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달콤이 어릴 때부터 나는 일을 놓은 적이 없고, 일을 하면서도 달콤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슈퍼우먼'이 되고자 하는게 아니다. 내 딸이 어른이 됐을 때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환경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내가 잘 버틴다면 달콤이가 엄마가 됐을 때 나같은 힘듦은 없지 않을까 일 하는 엄마가 자연스럽게 많아지지는 않을까 하는 바람을 품고 있어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내 딸 달콤이에게라도 일을 하면서 가정을 돌볼 수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더불어 '비교'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엄마는 달콤이와 사랑이를 비교하지 않는데 달콤이는 왜 엄마를 사랑이 엄마와 비교할까? 엄마는 엄마고 사랑이 엄마는 사랑이 엄마인 건데, 서로 비교하니까 엄마는 조금 속상하네"


달콤이는 그제서야 "비교한 거 아냐. 물어본거지..."라는 섭섭함을 토로했다.


내 말을 이해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지만 달콤이는 땡깡을 멈췄다. 그 이후론 "누구 엄마는 일을 안 하는데 왜 엄마만 일을 하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물론 마음 속에선 그런 질문이 나오는데 엄마를 위해 참는지도 모르겠다.


달콤이와의 대화 후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일과 육아의 양립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솔로몬 같은 우리 남편은 공감을 해주는 동시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달콤이에게 엄마가 1순위인데 엄마를 옆에 두고 같이 놀지 못하니까 단순히 심통을 부리는 건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우리가 늙어서 달콤이가 회사 다니느라 우릴 못 만나러 오는 것과 같은 느낌이지 않겠느냐며 이해하란다. 무릎이 탁 쳐졌다. 아 그렇구나!

김영진 작가님의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책

엄마는 일을 하지만 달콤이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크고 강력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일을 하는 건 업마의 직업일 뿐, 여전히 너를 사랑하는 엄마라는 사실이 변함없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싶었다. 두 개의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달콤이는 어렴풋이 그 사실을 이해하는 듯 했다. 일본인이신 모토시타 이즈미 작가님의 '엄마가 오는 길'과 김영진 작가님의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라는 책. 


'엄마가 오는 길'에는 어린이집이 다 끝난 시간 엄마가 데리러 오지 않아 엄마를 기다리는 연이가 나온다. 주인공 연이는 곰돌이를 친구 삼아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엄마를 기다린다. 상상 속에선 엄마가 혹시 전철이 고장나서 늦는 거라면 동물들이 다 밀어주고, 풍선을 타고 두둥실 날아오는 엄마가 나온다. 일하는 엄마가 퇴근해서 빨리 아이에게 오고 싶은 다급함과 그런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를 불안함을 다독이는 마음이 담겼다.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에선 책 양쪽에 아이와 엄마의 하루가 고스란히 담겼다. 회사일을 하는 엄마와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 회사 일을 하면서도 중간중간에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 책을 읽고는 달콤이의 질문이 쏟아졌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엄마도 회사에서 이렇게 바빠?", "엄마도 밥 먹을 때 맛있는 거 보면 내 생각 나?", "엄마도 이렇게 힘들었어?", "엄마도 이렇게 나를 많이 생각해?" 내 대답도 줄줄이 이어졌다. "응 이렇게 바빠. 그렇지만 항상 엄마는 달콤이 생각 뿐이야. 맛있는 걸 먹어도 예쁜 걸 봐도 달콤이랑 먹어야지 달콤이 사줘야지 생각해. 힘들어도 엄마는 달콤이 생각만 하면 힘이 불끈불끈 솟아!!!"


나의 대답에 달콤이의 얼굴은 환한 미소로 번졌다. 내가 유치원 생활이 궁금하듯 달콤이는 엄마아빠의 회사 생활이 얼마나 궁금했을까? 당연히 엄마아빠가 최고인데 떨어져서 생활하면서 본인을 잊진 않았는지 아이로서 얼마나 확인 받고 싶었을까. 그런 아주 기본적인 마음을 알려준 그림책에게 나는 고마울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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