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솔루션 ② <고함쟁이 엄마>
아직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달콤이가 했던 말을 잊지 못한다.
"엄마도 '고함쟁이 엄마'였는데 말이죠..."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말에는 달콤이의 마음이 담겼다. 이 책을 맨 처음 읽은 게 2020년 11월. 그러니까 달콤이 5살 막바지 때의 말이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인스타에도 적어놨더라;;;) 5살이 뭘 알까 싶지만 그때 달콤이의 의견은 단호했다. 말 그대로 '동공 지진'이 일어났다. 곧장 사과했다.
"미안해... 엄마도 요즘 육아서 읽으면서 그걸 깨닫고 있어... 요즘엔 고함 안 치잖아... 엄마가 달콤이한테 소리치고 화낸 거 다 기억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요즘엔 안 그래요. 예전에 '고함쟁이 엄마'였다는 말이에요. 근데... 나는 엄마가 되면 절대 아이에게 화를 안 낼 거예요..."
머리가 울렸다. 달콤이는 조용히 자기 의견을 말했을 뿐인데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 읽었던 그 어떤 육아서보다 강력한 메시지였다. 그림책을 읽으며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면 아이의 팔과 다리, 머리가 산산조각이 나 부서지는 느낌이 드는구나. 달콤이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의 작가님은 아이의 마음을 들어갔다가 나왔을 정도로 아이의 마음 그대로를 표현했다.
더 충격적인 건 엄마 펭귄의 고함으로 산산조각 난 몸을 모두 한데 모아 바느질을 하는 부분이었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내 눈에만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다 꿰맨 뒤에도 바느질 이음새 부분이 보였다. 자꾸 거슬렸다. 어쩌면 엄마가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화 내고 미안하다며 상처 난 마음을 꿰맸을 지라도, 그 상처의 이음새는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났다. 달콤이에게 물었다.
"엄마가 고함질러서 마음이 산산조각 났을 때, 엄마가 사과하면 달콤이는 기분이 다시 나아졌어?"
"아니... 사실 엄마가 화를 내서 상처받은 마음은 그대로야.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진심을 다해 사과를 한 거니까 상처 난 마음이 조금은 덜 해."
원래 성격이 급하고 직설적이며 화를 잘 내는 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나도 모르게 화부터 내곤 했다. 특히 자려고 하지 않는 아이를 재울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기억들이다. 육아휴직 1년 출산휴가 3개월 15개월 동안 주양육자가 '엄마'였기에 달콤이는 '엄마'에게만 매달렸다. 달콤이 아빠는 훌륭했다. 내가 말만 하면 즉각 도움을 줬다. 하지만 내게는 '도움'이 아니라 '분담'이 필요했다. 매일 싸움의 연속이었고, 아이는 엄마만 찾았다. 아이를 재울 때마다 한바탕 전쟁이 일어났다. 아이를 달랬다가 얼랬다가 다그쳤다가 소리쳤다. 남편에게는 서운했다가 화가 났다가 소리를 질렀다. 단 한 번만 푹 잠을 자는 게 소원이었던 시기였다. 잠을 못 자니 예민했다.
너무 어리니까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달콤이를 키우며 새삼 놀라고 깨닫는 게 있다. 어린아이 일지라도 어른들의 말을 다 듣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는 아니지만 이해하고 있고 그로 인해 자기의 감정이 생겨나고 표현한다는 부분이다. 아이의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걸 그대로 보고 있는 부모가 어딨겠나. 그걸 깨닫고 화내며 소리 지르는 것을 의도적으로 줄이려고 했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고쳐질 수는 없는 법. 그래도 화가 솟구칠 때면 숨을 세 번 크게 내쉰다. 달콤이에게 경고한다. '엄마 곧 화낼 수도 있겠다...' 단호하고 엄중하게 말한다. 아주 화를 내지 않는다고는 못하지만, 확실히 고함치는 빈도수는 줄었다. 달콤이도 인정했다. 이제 달콤이는 다른 어른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달콤이 아빠 친구다. 달콤이와 동갑인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분이시다. 가끔 엄마들 쉬라고 아빠들끼리 아이들과 나가서 논다. 달콤이 아빠도 이 분도 내 보기엔 아주 훌륭한 아빠다. 그런데 달콤이가 볼 때는 종종 아들에게 화를 내시나 보다. 달콤이가 말했다.
"엄마... 땡땡이 아빠 <고함쟁이 엄마> 이거 책 좀 사줘야겠어... 엄마는 읽고 고함지르는 거 좀 줄였잖아. <고함쟁이 아빠>는 없나... 휴..."
<고함쟁이 엄마>는 무슨 내용인가요?
엄마 펭귄이 아기 펭귄에게 고함을 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용은 짧지만 강렬하다. 엄마가 아이에게 고함을 치자 아이의 머리, 손, 발이 다 산산조각이 나 흩어진다. 두 발은 사하라 사막까지 달린다. 엄마는 흩어진 조각들을 다 모아 꿰맨다. 그리고 아이에게 사과한다.
<책을 읽은 뒤, 나누고 싶은 이야기>
엄마표 책읽기에서 '독후 활동'은 필수적으로 보였다. 아이와 책을 읽고 난 후 그 책과 관련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말한다. 오리고 붙이고 그리는 활동이 주를 이뤘다. 달콤이가 미술 활동을 좋아해 나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책을 읽고 그냥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 보따리를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아이와 그 책을 오래 생각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아이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어떤 게 아이의 반응이 좋았는지를 위주로 소개하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의 마음에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읽자마자 우리는 책 속의 주인공이 되었다. 나는 엄마 펭귄, 달콤이는 아기 펭귄. 절로 나오는 속마음을 듣고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한 뼘 더 단단해졌다.
스스로에게 되묻기도 했다. 반성문이 절로 나온 게 문제지만.
오늘 나는 아이의 몸을, 마음을 산산조각 낸 건 아닌가.
오늘 나는 다른 사람의 몸을, 마음을 산산조각 내지는 않았나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