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솔루션 ① <꿈을 먹는 요정> <겁쟁이 빌리>
그림책으로 가장 큰 효과를 봤던 책은 단연 <꿈을 먹는 요정>이다. 난 아직도 이 책에게 감사하다.
작가님께도 큰 절을 세 번 올릴 정도.
달콤님은 원래 겁이 많고 신중한 성격이다. 영유아 때는 육아의 8할이 재우기일만큼, 잠에 예민했다. 세네 살까지도 새벽에 두 번은 깼던 듯하다. 네 돌이 지난 5살부터는 안 깨고 잘 자길래 이제 잠 못 자는 날들에서 해방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작년 6살이 된 무렵 가끔 자다가 악몽을 꾼 듯 소리를 지르고 울며 깼다. 그게 기억이 남는지, 아침에 일어나선 "엄마 나 나쁜 꿈을 꿨어 무서웠어"라거나, "엄마 나 자꾸 무서운 꿈을 꿔서 자고 싶지가 않아"라는 게 아닌가. 푹 자야 하는 나로선... 돌발 변수에 암담 그 자체.
거기다 잠을 푹 자지 않으면 아이도 짜증이 늘고 건강에도 좋지 않으므로... 이 일은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였다. (아주 나중에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서, 달콤님이 야경증인 걸 알았다. 이런 친구는 엄마가 옆에서 따뜻한 목소리로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토닥여주고 다시 잘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고 한다. 이 시기 유아들은 뇌가 미성숙해 낮에 받았던 자각이 밤에 쉬지 못하고 똑같이 자각한단다. 소리 지르거나 울거나 하는 행동들이 깬 게 아니라는데... 소오름... 엄마는 몰랐잖아...)
아무튼, 열심히 그림책 검색을 했다.
처음엔 <겁쟁이 빌리>였다. 책을 다 읽고 독후 활동도 했다. 인형 만들기. 책에 나온 대로 걱정인형을 베개 밑에 두고 자면 무서운 마음들은 다 사라질 거라고 말해줬다. 달콤이는 스스로 만든 인형의 힘을 믿었다. "엄마 걱정 인형이 내 걱정을 다 가져가겠지?" 며칠간 효과를 보는 듯했다. 그러다 또 "아악!!" 하고 잠에서 깼다.
또 며칠 동안 방안을 찾아봤다. 밑져야 본전. 다시 한 번 그림책에 기대봤다. 이번엔 <꿈을 먹는 요정>이란 책을 골랐다. 사실, 이 책을 먼저 본 나는 요정을 보고 또 겁을 먹으면 어쩌나. 더 무서워하는 거 아닌가 걱정을 했더랬다. 그런데 웬걸. 달콤님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선 악몽을 치료(?)하고야 말았다. 이 책에서 가장 주효했던 것은 '요정에게 말하는 주문'.
지금도 자기 전 달콤님에게 주문을 건다. 책에 나온 주문은 너무 길기에. 내 맘대로 주문을 만들었다. 이제는 계속하다 보니 자다가도 나올 정도로 자동 발사된다. 달콤님은 아예 외워버려서, 내가 주문 걸 때 본인도 같이 건다.
"요정님 요정님 우리 달콤님 무서운 꿈은 다 먹어버리고, 예쁜 꿈 좋은 꿈만 남겨주세요.
우리 달콤님 푹 잘 잘 수 있도록 우리 달콤님 옆에서 잘 지켜주세요"
어느 날 가끔, 약발이 떨어지는 때가 있다.
그때는 요정님이 잠깐 졸아서 그런 거니까, 걱정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날은 저 주문에 한 줄 더 보탠다.
"요정님, 너무 졸리면 달콤님 옆에서 잠깐 졸아도 돼요...
하지만 무서운 꿈이 나타나면 얼른 나타나서 다 먹어버려야 해요... 알았죠?"
이렇게 같이 주문을 걸고 잠이 드는 달콤님을 보고. 얼굴을 쓰다듬을 때 가장 큰 평안함과 행복을 느낀다.
모든 엄마들이 그런 것처럼...
<꿈을 먹는 요정> 무슨 내용인가요?
꿈을 먹는 요정에 ‘꿈’은 바로 ‘악몽’이다. 이 악몽을 먹는 요정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단꿈공주, 그리고 그녀의 아빠인 단잠나라 왕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여느 부모들처럼 단잠나라의 왕은 이 사람 저 사람 수소문해서 방법을 찾아보지만, 방법을 찾지 못한다. 왕은 결국 본인이 직접 길을 나서게 된다. 전 세계를 헤매다 용기마저 잃을 그 무렵, 이 '츤데레' 요정을 만난다. 처음엔 괴상망측(?)하게 보이지만 자꾸 보면 귀엽기도(?)한 이 요정은 자꾸 "누가 나 좀 초대해주지", "아이 배고파"라며 툴툴대다 왕을 만난다.
하지만 왕에겐 먹을 것은커녕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빈털터리가 된 이유를 설명하다 요정과 통하게 된다. 왕은 딸의 악몽을 없애야 하는데 요정은 그 악몽을 배부르게 먹는 것이 소원인 것. 둘은 주문을 만들어 단꿈 공주에게로 간다. 그때부터 단꿈 공주는 악몽을 꿀까봐 겁이 날 때면 주문을 외워 요정을 초대하고, 푹 잘 자게 된다.
<나누고 싶은 이 책의 '밑줄 쫙'>
단연코 꿈을 먹는 요정이 써 준 '주문'. 뿔이고 칼이고 무섭긴 한데, 악몽이 무섭기만 한 우리 친구들에게 이처럼 고마운 친구는 없나보다. 주문을 읽어줄 때 달콤이의 반짝거리는 눈을 잊을 수 없다.
"꿈을 먹는 요정아, 꿈을 먹는 요정아!
뿔로 된 작은 칼을 들고 나에게 오렴!
유리로 된 작은 포크를 들고 나에게 오렴!
작은 입을 있는 대로 벌려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악몽을 얼른 먹어치우렴!
하지만 아름다운 꿈, 좋은 꿈은 내가 꾸게 놔두고!
꿈을 먹는 요정아, 꿈을 먹는 요정아!
내가 너를 초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