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나 주식을 빌려 투자하면 정말 '큰 돈' 벌 수 있나?
"공매도 때문에 주식시장이 침체된다!" 혹은 "빨리 부자되고 싶다면 레버리지 투자는 필수다!" 같은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나스닥100 종목에 레버리지 투자하는 TQQQ 같은 상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공매도 투자자들, 그리고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실제 성과는 어떨까?
이 의문을 풀어주는 유명한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투자성과(2020.12)"가 그것입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임은아·전상경)은 2016년 6월 말부터 2019년 6월말까지의 36개월을 대상으로, 일별 공매도(=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매매기법으로, 주가 하락기에 이익을 봄)와 신용거래(=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하는 레버리지 거래로, 주가가 상승할 때 이익을 봄)의 성과를 분석했습니다.
공매도와 신용거래에 대한 정의에서 확인되듯, 두 저자는 두가지 거래가 시장의 국면마다 다른 성과를 낼 것이라 생각해서 아래의 <그림>과 같이 세 구간으로 36개월 나누었습니다. 횡보기는 2016년 6월 30일부터 2016년 12월 31일, 상승기는 2017년 1월 1일부터 2018년 1월 31일, 하락기는 2018년 2월 1일부터 2019년 6월 28일까지로 정의했습니다.
<그림> 2016년 6월부터 2020년 초까지의 종합주가지수(KOSPI) 흐름
참고로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비중을 살펴보면, 공매도 비중은 1.46%에 불과한 반면 신용거래는 8.69%에 달할 정도로 신용거래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투자의 성과는 반대로 나타납니다. 아래의 <표 3>은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성과를 보여주는데, 공매도가 더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납니다. 전체 투자 기간 중 공매도의 투자 성과는 1.6조원 정도로 집계되지만, 신용거래의 투자 성과는 반대로 -1.1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하락기간'이 길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상승기(2017.1~2018.1)는 1년 남짓 이어진 반면, 하락기(2018.2~2019.6)가 1년 반 가까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신용거래는 상승국면에 약 3.1조원의 성과를 기록한 반면, 공매도는 무려 -5.6조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이 이를 입증합니다.
반면 하락기에는 신용거래의 성과는 -3.5조원으로 곤두박질 치며, 공매도의 투자 성과는 +6.5조원으로 반전됩니다.
그러나 조사 대상 기간 중에 '하락기'가 상대적으로 길어서 공매도 투자자의 성과가 높았다고 단언하고 지나나기에는 한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주가 횡보기(2016.6~2016.12)의 성과에 대한 것입니다. 주식시장이 특별한 변동성 없이 횡보할 때, 공매도 투자자는 0.7조원의 성과를 거둔 반면 신용거래 투자자들은 -0.7조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는 결국 투자자들의 '능력' 차이가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공매도는 개인보다는 기관이나 외국인 비중이 우세하고, 반대로 신용거래는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저자들도 다음과 같이 지적하네요.
즉, 상대적으로 비용우위, 종목선택의 폭, 그리고 정보력 등 여러 측면에서 공매도거래자들이 개인투자자들에 비하여 유리함을 알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간단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식을 빌려 팔며 '하락기'에 이익을 누리는 공매도 투자, 그리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상승기'에 이익을 누리는 신용투자는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상대적으로 신용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큽니다만, 정작 성과에서는 공매도 투자자들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공매도 투자자들이 성과의 우위를 기록한 것은 ① 조사 대상 기간 중 '하락기'가 상대적으로 길었고 ②공매도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용과 정보력 등에서 우위에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