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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Oct 01. 2021

헝다그룹 사태가 보여주는 중국 시스템의 민낯

왜 중국 당국은 갑자기 부동산 규제에 나섰을까?

최근 중국의 거대 부동산 회사 헝다(恒大)의 파산 리스크가 부각되며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헝다는 약 3천 억 달러의 부채(2조 위안)를 지닌채, 아직 입주하지 못한 150만 명의 주택매수자들에게 절망을 주고 있죠. 헝다가 발행한 채권의 가치는 80% 이상 폭락했으며, 홍콩증시에 상장된 주식가격도 연초 16달러에서 2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헝다의 어려움은 부분적으로 볼 때 과도한 확장 탓이 큽니다. 그러나 헝다와 같은 거대기업들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공격적인 팽창을 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아래 <그림>은 전미경제분석국(NBER)의 보고서에 실린 것인데, 중국의 거대 국영기업들은 민간기업에 비해 월등히 싼 이자로 돈을 빌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래 <그림>의 제일 밑, 그러니까 가장 이자 부담이 낮은 게 국영기업(SOEs, 파란선)입니다. 이들은 3~4%정도의 이자율로 돈을 빌립니다. 반면 가장 위에 위치한 것은 민간 법인기업(LPOs)입니다. 이들은 거의 7% 이상의 이자 부담을 져야 합니다. 


<그림> 중국 기업 소유구조별 차입 이자율 추이

출처: NBER(2019), "CAN A TIGER CHANGE ITS STRIPES? REFORM OF CHINESE STATE-OWNED ENTERPRISES IN THE PENUMBRA OF THE STATE"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투자하기 가장 좋은 곳은?

명목 경제성장률이 10% 혹은 그 이상에 이르는 나라에서 3%대의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이익입니다. 특히 헝다처럼 부동산 기업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주택가격과 명목소득의 비율(Price-to-Income Ratio, PIR)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주택가격은 기본적으로 소득이 늘어날 수록 상승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중국 대도시의 PIR이 매년 상승했으니,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큰 돈을 벌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헝다의 앞날은 창창했습니다. 저금리로 차입해 주택을 짓기만 하면, 사람들이 아무리 비싼 값이라도 주택을 구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헝다가 2010년 광저우 축구단(Guangzhou FC)을 인수한 후, 세계적인 스타를 영입해 아시아 챔피언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자금력 덕분이었죠. 


<그림> 세계 주요도시 PIR 비교

출처: Bloomberg Businessweek(2021.9.23), "Evergrande Debt Crisis Is Financial Stress Test No One Wanted".


그런데, 왜 무너졌나?

문제의 시작은 지난 해 가을, 알리바바 그룹에 대한 강력한 규제였습니다.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을 무기한 연기시키는 한편, 중국의 금융시스템 후진성을 공공연하게 지적한 마윈 회장이 공식석상에 사라진 다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규제 칼날은 헝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었던 것입니다. 지난 3월, 베이징 당국은 전국단위의 부동산 세금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약 400개에 이르는 각종 부동산 규제책을 발표했죠. 가장 대표적인 규제는 '1가구 1주택(one house per family)' 한도를 도입한 것이었고, 은행들이 부동산 담보대출을 줄이도록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이 돈들은 제조업 부문으로 가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이 결과 지난 10년 래 처음으로 부동산 담보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들어들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태도 변화 이유는?

중국 공산당이 보기에 현재와 같은 속도로 일부에게 부가 집중되고,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아쎄모글루 교수가 최근 발간된 책 "좁은회랑"의 한 대목을 인용해보겠습니다

(과거) 중국에서는 국가의 자의적인 행동 탓에 재산권이 매우 불안정하고 투자와 혁신을 할 유인이 잠식되었다. 전면적인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한 민중의 노동이 맺은 과실을 제국이 빼앗아도 백성들 가운데 부를 쌓으라는 유가의 도덕적 가르침 말고는 그 수탈을 막을 길이 전혀 없었다. (중략) 경제활동, 특히 국가의 시야를 벗어난 활동이 기존 체제를 불안하게 하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중국 역대 왕조는 상업과 산업의 발달을 억제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 378쪽

그리고 이런 면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독재) 국가는 질서와 안정, 평화를 증진한다는 측면에서 여러 혜택을 제공한다. 경제의 거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분쟁에 대해 투명성 및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는 ‘법’을 집행할 수 있다. (중략) 그러나 독재적 성장도 두 얼굴을 가졌다. (중략) 독재국가는 틀림 없이 점점 더 많은 정치적 권력을 손에 넣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더 많은 권력을 잡을수록 경제적 혜택의 독점은 더 심해지고 국가가 보호해야할 재산을 침해하려는 유혹은 더 커진다. - 책 205~206쪽 
2011년 철도청장 류지준이 체포되었을 때, 아파트 350채와 현금 1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중국의 고속철도 체계가 더할 나위 없는 뇌물 수수의 기회를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중략) 류지준은 몰락했지만, 다른 이는 건재하다. 2012년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1천 명 중 160명은 중국 공산당 대의원들이었다. 책 142쪽

결국 지금은 '반부패'의 시기라고 하겠습니다. 2011~2012년의 반부패 운동은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장악할 때였고, 지금의 반부패 운동은 그의 10년 임기 끝을 장식하는 거대한 이벤트라고 볼 수 있겠죠.


헝다는 어떻게 될까?

헝다를 비롯한 부동산 기업을 키운 것도 중국 정책당국이며, 최근 그들을 위태롭게 만든 것도 정부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헝다의 운명은 달라질 것입니다. 

공산당 최고위층의 생각을 제가 파악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저성장'을 유발할 수 있는 금융 위기는 피하려고 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쎄모글루 교수가 잘 지적한 것처럼, (독재적) 권력이 정당성을 획득하는 길은 '이전 보다 나은 삶의 수준'에 대한 보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도시지역 전체 고용의 15% 이상이 부동산/건설 부문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부문을 갑작스럽게 침체시키는 것은 매우 큰 충격을 유발할 수 있죠.

따라서 중국 정책당국은 부동산가격의 급등세를 억제하고 경제 내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앞으로도 계속 하겠지만, 헝다그룹 사태가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미치는 일은 피하고 싶을 것입니다. 이 모순된 정책의 끝은 아마도 은행권의 피해가 될 것이라 봅니다. 헝다그룹이 담보로 제공한 자산을 처분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또 일부 대출은 아마 부실화될 것이니 은행권은 손실을 입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동산가격의 급등을 초래한 근본원인, 즉 저금리 정책이 시정되지 않는 한 헝다그룹 사태가 부동산시장의 붕괴 및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봅니다.


<그림> 부동산 및 건설부문이 도시지역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 변화

출처: Bloomberg Businessweek(2021.9.23), "Evergrande Debt Crisis Is Financial Stress Test No One Wanted".


세줄 요약

1. 헝다 등 부동산 기업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것은 '불평등' 완화로 정책의 포커스가 이동한 탓으로 보인다.

2. 헝다그룹의 생존 여부는 정책당국의 판단에 달렸으며, 피해는 대부분 은행권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3. 부동산 가격 급등의 주범인 '저금리' 정책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부동산가격의 폭락에 따른 연쇄적 금융 위기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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