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춘욱 May 23. 2022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쇼비니즘의 선봉장, 중국의 애국청년 이야기

지난 번에 읽은 책 "보이지 않는 중국"은 경제성장이 정체될 때, 중국 정책당국이 새로운 희생양을 찾음으로써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려 들 것이라는 이야기로 결론을 맺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은 이 포인트를 정확하게 찌릅니다.


중국의 극단 민족주의 분노청년들은 서양 반대 세력의 주력부대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며 중화민족주의 성향이 매우 강하며, 중국이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략) 중국에서 분노청년은 극단, 편협, 무지, 폭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중국", 20~21쪽)


중국의 분노청년들의 생각과 행동은 여러차례 극적으로 드러난 바 있죠. 2011년을 전후한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그리고 2016년 이후 한국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조치(이하 '한한령')를 적극적으로 수행한 것도 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중국 분노청년들의 행동은 1966년 문화혁명 당시의 홍위병을 빼다 박았다고 합니다.


홍위병은 "혁명은 곧 반란이며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100% 수정주의"라며 마오쩌뚱의 지시를 구호로 삼고 폭력을 행사했는데, 당시 마오쩌뚱은 "혁명이란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타도하는 폭력적 행동"이라며 폭력을 조장했다. (중략)

홍위병들은 "빗자루가 닿지 않으면 먼지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철 빗자루를 들고 단 며칠만에 착취계급의 사상(=유교, 도교, 불교 등)을 대표하는 많은 명소와 풍속을 쓸어버렸다. (중략) 홍위병에게 찍힌 사람들은 온갖 비판을 받고 잔혹한 형별을 받았다. "1966년 10월, 단 3개월 만에 홍위병들은 약 2만 명의 우귀사신(牛鬼蛇神, 봉건적 요소 및 부르주아적인 것과 연관된 모든 이들을 지칭함)을 적발해 비판하고 그와 그들의 가족을 도시에서 쫓아냈다.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35쪽)


이와 같은 홍위병의 폭주는 문화혁명을 일으킨 마오쩌뚱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했죠. 그래서 1967년 3월 14일다음과 같이 지시합니다.


국무원은 "학생들은 모두 원래의 생산단위로 돌아가거나 학교로 돌아가, 혁명을 복습하고 생산 노동에 참가하라"고 통지했다. 1968년 12월 22일 '런민일보(人民日報)'는 "우리는 두 개의 손을 가지고 있는데 도시에서 공짜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유명한 사설을 발표했다. 마오의 지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지식청년은 농촌으로 가서 가난한 농민에게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후 전국에서 지식청년의 하향(下鄕)이 시작되었다. (중략) 이제 홍위병들은 지식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어, 1968~1980년 사이에 모두 1천 2백만에서 1천 8백만에 이르는 학생들이 도시에서 추방되었다.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39쪽)


이게 중국의 교육 부진 원인으로 작용했죠. 약 12년 동안 도시의 대학은 사실상 폐쇄되고 마오쩌뚱 사상을 제외한 일체의 지식은 필요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으니 말입니다.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의 저자, 김인희 박사는 홍위병과 분노청년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홍위병과 분노청년은 교육을 통해 특정한 사고를 교육받은 청년집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홍위병은 정치사회화 교육, 분노청년은 애국주의 교육을 받았다. 홍위병의 사상적 무기는 사회주의(마오쩌뚱에 의해 변형된) 이론이고, 분노청년의 사상적 무기는 애국주의다. 이들은 교육 받은 사상에 따라 적을 찾아내고 감시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차이가 있다면 홍위병의 주 공격대상은 자산계급이고, 분노청년의 주된 공격대상은 외국이라는 것 뿐이다.

그러나 이 두 집단을 아우르는 가장 강력한 사상적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중화주의다. 홍위병과 분노청년은 모두 서양을 폄하하고 비판하며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43쪽)

출처: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44쪽.


한때 중국에서 한류열풍이 불 때, "중국이라는 거대 소비시장이 열렸다"고 좋아한적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이때는 아직 분노청년들이 세상의 주류로 떠오르지 않았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위의 <표>에 나타난 것처럼, 홍위병이나 분노청년 모두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의해 주입된 사상에 기초하고 있죠.


과연 중국경제의 성장이 정체에 달하고, 중진국 함정에 빠져든다고 느껴질 때.. 중국 정책당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자신들의 역량부족을 인정하고, 교육 투자에 집중하는 노선을 걸을까요? 아니면 "이 모든 문제는 미 제국주의의 음모이고, 이에 찬동한 한국과 대만 일본이 악의 세력"이라고 겨냥하며 모험주의적인 행동이 시작될까요?


저는 아무래도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지 않나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변화된 중국 젊은이들의 정서를 이해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달러강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