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량 가격은 어떻게 움직였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량위기에 대한 공포가 극도로 높아졌습니다. 저소득 국가의 국민이 굶주리고 정정불안이 심화되며 민중혁명이 빈발하는 '2011년 쟈스민 혁명'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되었고.. 실제로 스리랑카 등 일부 국가에서 심각한 정정불안이 빚어졌죠.
그런데, 최근 세계식량기구(FAO)가 발표한 국제 식량가격지수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곡물가격은 2022년 5월 173.5포인트까지 상승했던 것이, 7월에는 147.3 포인트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식물성 기름은 2022년 3월 251.8포인트에서 7월 171.1포인트로 추락했습니다. 물론, 육류가격은 같은 기간 119.3에서 124.0포인트로 상승하기는 했습니다만.. 곡물가격의 하락이 나타나는 만큼 육류가격도 후행적으로 안정을 찾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https://www.fao.org/worldfoodsituation/foodpricesindex/en/
이상과 같은 식량가격의 하락이 나타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우크라이나 산 곡물의 수출이 시작된 것입니다만.. 그 이전부터 곡물가격(특히 밀값)이 급락한 것을 발견할 수 있죠.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바로 수요의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아래는 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 "국제곡물 가격 변동 요인과 전망(2022.7.28)"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작황이 부진하였던 작년보다 생육에 유리한 기상 여건으로 주요국의 생산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나,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의 생산량 급감, 인도의 수확기 폭염으로 전체 생산량은 0.9% 감소 전망.
최근 높은 밀 가격으로 인도와 중국 등에서 밀 수요가 감소하여 세계 소비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나, 이월재고량과 생산량 감소로 기말재고량은 전년과 비교하여 감소할 전망.
밀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수요 변동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최근 수 십년 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 쌀 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던 셈입니다.
여기에 또 한가지 국제 곡물가격 하락 요인이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바이오 디젤' 및 '바이오 에탄올'에 사용되는 곡물과 식물성 기름에 대한 수요가 유가와 연동된다는 것입니다.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 바이오 연료의 가격 경쟁력(?)이 둔화되는 것입니다. 사실 바이오 연료는 연비가 좋아서 사용하기 보다는 바이오 연료 의무 혼합비율 및 가격 메리트로 수요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그림> 옥수수 가격(파란선, 우축)과 국제유가(녹색선, 좌축)의 관계
아무튼 5월 만 하더라도 전세계가 2011년의 '식량 위기'를 재현할 것 같았는데, 한숨 놓은 상황이 된 것 같아 기쁩니다.
https://brunch.co.kr/@hong8706/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