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옛날보다 책을 덜 읽을까?
요즘 출판계 분들을 만나면 늘 하는 이야기가 "사람들이 예전보다 책을 덜 읽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가 나온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최근 들어서 점점 더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왜 예전보다 우리는 책을 읽지 못하는 걸까요?
이에 대해 최근 읽은 책 "타잔 경제학"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99쪽에 소개된 <도표 2-1>은 주의력과 활동의 상대적인 중요도를 함께 보여줍니다. 가장 우측 상단, 즉 주의력 및 중요도가 모두 높은 곳에는전화통화와 책 읽기가 위치합니다. 이메일이나 전화통화, 문자 메시지, 독서는 많은 주의력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중요한 활동이라 하겠습니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신들의 최대 경쟁자가 잠이라면서 "사람들은 정말로 보고 싶은 쇼나 영화가 있으면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의 잠과 경쟁한다"라고 했을 때 그의 머리 속에는 <도표 2-1>이 그려져 있었을 것이다. 넷플릭스가 우리의 시간을 독점해 (우하단에 있는 유료 온디맨드 부분을) 우측 상단으로 이동시킬 수록 다른 활동들은 좌하단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 100쪽
사람들이 '우영우'나 '샌드맨' 같은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에 열광할 수록 기존에 우상단에 위치했던 활동(전화통화, 책읽기, 이메일 보내기, 문자 메시지 등)은 점점 왼쪽 아래 부분으로 내려갈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 읽게 된 것은 재미있는 책이 안나온 탓도 있지만, 더 강력한 경쟁자가 나왔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도 잘 모릅니다만, 음악 업계처럼 변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CD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직접 음반 매장을 가거나 혹은 우편으로 주문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소리바다'나 '냅스터' 같은 P2P 음악화일 공유 서비스 회사들이 이런 불편함을 극적으로 덜어주었죠. 물론 음반회사들은 큰 위기에 빠졌고, 이들을 상대로 기나긴 소송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런데 스포티파이 같은 기업들이 나타나 음악산업에 새로운 물꼬를 틀었죠. 불법적인 사이트로부터 합법적인 비즈니스로 사람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노래를 재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극적으로 단축시켜야 한다는 것을 제일 먼저 깨달은 회사들이 기회를 누리게 된 것 입니다.
즉, 사람들은 이미 P2P 음악화일 공유 서비스에 친숙해졌으니.. 이들이 친숙한 방식으로 더 효율적으로 6천 만 곡 이상의 음원에 즉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순간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는 무궁무진한 기회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죠.
독서 역시 스포티파이의 길에서 조금이라도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즉, 구독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종이책을 팔아도 제대로 인세 한푼 받지 못하는 작가들이 '문피아'나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구독 모델로 독자들을 쉽게 만나고 또 큰 성공을 누린 것처럼.. 전통적인 출판업계도 변화를 적극 시도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암튼 오랜만에 재미있는 독서 경험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