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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Sep 07. 2022

좋은 불평등

무슨 일이 있어도 불평등을 해소해야한다? 좋은 불평등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대안으로 재벌 해체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인터넷 그리고 sns에서 참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저는 의견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파이를 늘리고, 그 과정에서 부를 다양한 제도(근로소득 장려세제, 누진과세, 기초연금 확대 등)를 통해 이를 분배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가?

아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한국의 수출기업(KOSPI200 지수 기준) 영업이익은 2001년 13조원이 2021년 148조원으로 10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영업이익이 10배 늘어나면, 고용이나 투자도 활성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주주들은 배당이 늘어나서 부를 축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법인세 및 배당소득세 등을 통해 세수를 확충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종 복지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죠. 2010년대 접어들어 한국의 복지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상당 부분 한국 수출이 잘되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출처: Wisefn.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 바로 "좋은 불평등(최병천,메디치)"입니다. 최병천 작가는 불평등을 착한 불평등과 나쁜 불평등으로 구분해 보아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아래의 <표 1-1>에 이 주장이 잘 나와 있습니다(책 30쪽). 수출이 잘되어 경제가 성장하는 데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기(80년대 후반, 2000년대 중반, 2010년대 후반)는 표의 (A)에 해당됩니다. 80년대 후반은 3저 호황, 2000년대 중반은 중국 경제성장 수요 확대, 2010년대 후반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마다 한국 수출기업의 이익은 2배 아니 3배까지도 늘어납니다. 

수출 호황에 불평등이 심화되는 이유는 10%의 근로자와 주주들에게 혜택이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수출 대기업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긴지 오래이며, 이 회사의 주주는 넉넉한 배당으로 보상 받습니다. 반면 내수 부문은 이 호황을 함께 누리기 힘들죠. 그래서 정부가 수출 호황으로 발생한 이익을 경제 전체가 함께 누릴 수 있게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물론 최악은 나쁜 불평등입니다.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경제 전체가 붕괴되어 버리면 나쁜 불평등이 시작됩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공산주의가 붕괴된 이후의 러시아나 동구권 국가들도 이 사례에 속합니다. 경제가 붕괴되면 못 사는 사람들이 더욱 못살게 되며, 사회 복지 기반 자체가 소멸할 수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들이 넘쳐 흘렀던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좋은 평등의 시기가 오면 좋겠습니다만, 이게 가능할까 의문이 듭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호경기에 유럽과 미국이 잠깐 이 시기를 누렸지만, 이건 이제 흘러간 옛이야기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일단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끝없이 내려가며, 세계화(및 프렌들리 쇼어링) 흐름 속에서 일자리는 계속 해외에 만들어지는 중이니 말입니다. 당장 한국의 반도체 및 2차 전지, 그리고 자동차 회사의 새로운 일자리는 죄다 미국에 만들어지는 게 현실이니까요.

따라서 불평등을 죄악시하기 보다, '좋은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좋은 책 덕분에 오랜만에 새로운 책(대한민국 돈의 역사)에 대한 가닥이 잡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즐거둔 독서, 행복한 인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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