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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Sep 09. 2022

맬서스 트랩 이야기 1 - 환경과 인간

인구가 늘어나는 게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칠까?

2020년을 고비로 한국의 총인구가 감소하면서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특히 최근 통계청이 발간한 자료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표시된 아래 <그림>은 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 수준임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합계출산율의 하락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게 꼭 나쁜 일일까요?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자연환경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을 축소시킨다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상 4번째의 학살자, 징기스칸 이후 지구의 완난화가 무려 200년이나 늦춰졌다고 합니다(참고로 넘버 1은 대약진 운동의 마오쩌뚱, 넘버 2는 우크라이나 대기근의 스탈린, 넘버 3는 아우슈비츠의 히틀러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절대 인구 숫자 기준이며, 세계인구 대비 비율로 따지면 당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안녹산이 단연 1등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징기스칸이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당시 가장 발전했던 지역, 중국을 짓밟았기 때문입니다. 송(宋)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던 왕조로, 송나라가 생산했던 철강주조량을 따라잡은 것은 1800년 영국 때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인구가 1억명을 돌파하면서 삼림자원이 고갈되자, 석탄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때도 이 때입니다. 유채기름을 활용한 다양한 튀김, 볶음 요리도 석탄을 활용한 난방과 조리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징기스칸의 정복활동 이후 중국의 대부분 지역은 인간의 흔적이 사라진 초원으로 돌아갔고, 이는 세계의 환경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아래 기사 내용의 핵심입니다.  



세계의 기후를 바꾼 이는 징기스칸 만이 아닙니다. 콜럼부스 역시 역사와 기후를 바꾸었습니다. 아래 <그림>에 나타난 바와 같이,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전부터 지구 기온은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합니다(참고로 징기스칸의 정복활동이 벌어지던 1200년을 전후해서도 지구 기온이 일시적으로 내려갑니다.). 

가장 낮았던 시기는 약 250년 전이었던 1700년대 후반이지만, 기온의 하강이 시작된 것은 대략 1600년 전후한 이른바 소빙하기(小氷河期)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빙하기 때 명나라가 멸망하고, 유럽에서는 전쟁(30년 전쟁 등)과 혁명이 빈발했습니다. 지금에 비해 과학지식이 낮았던 1600~1700년대에 기온의 하강은 곧 생산력의 감소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심대한 경제력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1600년부터 시작된 기온의 급격한 하강이 콜럼부스의 항해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2020년 흥미롭게 읽은 책(1493, 콜럼부스가 문을 연 호모제노센 세상)에 다음 대목이 나오더군요.


2003년 버지니아 대학교 기후사학자 윌리엄 F. 루더만(William F. Ruddiman)은 소빙하기의 원인에 대해 아주 이색적인 이론을 들고 나왔다. (중략) 루더만이 주목한 것은, 인간 공동체의 규모가 팽창함에 따라 더 많은 땅을 농경지로 개간하고, 연료와 집을 짓기 위해 벌채하는 산림도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중략)  1492년 이전 아메리카에서 1차적인 벌목 수단은 불이었다. 끝없이 번지는 불길, 수 개월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지는 불길.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그레이트 플레인 상공이 온통 인디언들이 놓은 불의 연기로 뒤뎦혔다.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이런 정기적인 화재가 없었더라면 아메리카 중서부 대초원을 숲이 파도처럼 집어 삼켰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 75쪽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메리카의 화전(火田) 농업과 기후 변화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루더만의 이론은 간단하다. 전염병으로 인한 인디언 사회의 붕괴는 원주민의 불태우기를 감소시켰고, 이것이 급격한 나무의 성장을 야기했다. 둘 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키는 원인이었다. 2010년 텍사스 대학교 로버트 A. 덜 박사 연구팀은 인디언 농지의 재산림화가 열대지방의 온도 하락에 25% 가량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자연발생 화재로 없어진 숲, 그리고 숲으로 돌아간 개활지 중 농지가 아니었던 공간, 온대기후 전체는 계산에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이정도의 숫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중략) 이는 오늘날 기후 변화와 정반대다. 인간의 활동이 대기 중 온실가스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쪽이었으니 말이다. - 79쪽 


인간이 지구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극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콜럼부스나 징기스칸처럼 사람을 대량으로 학살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세계 주요국의 합계출산율이 떨어지며 지구의 인구 증가세가 둔화되고..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맬서스의 함정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입니다. 

맬서스의 함정이란, 자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인구가 늘어날 때 발생하는 1인당 소득의 감소 현상을 지칭합니다. 물론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생산성의 혁신으로 선진국의 1인당 소득은 끝없이 늘어나고 있지만, 언제 다시 맬서스의 함정이 우리를 덮칠지 모르는 만큼.. 인구의 감소가 가져올 지구 환경의 변화 그리고 맬서스 함정의 출현 위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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