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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Oct 02. 2022

미국 정책금리 인상에 한국 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외환, 경기, 심리 등 다양한 요인이 금리 동조화 경향 강화시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금리를 인상합니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 같은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대체로 그러합니다. 아래 <그림>은 2001년 이후 미국 정책금리와 한국 예금금리(90일 CD금리) 추이를 보여주는데, 점점 동조화가 심화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림> 2001년 이후 한국과 미국 정책금리 추이


단기금리만 미국에 동조화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금리의 동조화는 더욱 심합니다. 금리의 방향성 뿐만 아니라 금리의 레벨도 비슷하죠.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요?


<그림> 한국과 미국 장기국채(10년) 금리 추이


***


미국 금리에 한국 등 세계 채권금리가 동조화되는 데에는 크게 보아 세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 요인은 외환시장 영향 때문입니다. 최근 영국 정부의 감세 정책 시행 방침 이후 파운드 화 가치가 폭락하고 시장금리가 급등한 것처럼, 미국이 긴축할 때 다른 나라가 완화적인 정책을 펼치기 어렵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를 잡으려 하는데 인플레를 부추기는 정책(=감세)을 펼치면, "영국 정부는 인플레를 막을 생각이 없구나"는 생각을 갖기 쉽죠. 

그리고 인플레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나라(=터키, 아르헨티나 등등)의 화폐는 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질 것입니다. 그 나라 화폐를 가져봐야 실질적인 구매력이 떨어질 게 뻔하니까요. 물론 파운드가 터키 리라 꼴이 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그 비슷하게는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그림> 파운드/달러(좌축, 파란선) vs. 영국 국채 금리(우축, 녹색선)


***


세계 금리 동조화의 두 번째 요인은 경기 변동 충격(정확하게는 채권시장 참가자들에게 반영된)입니다. 시장 참가자들의 매매에 의해 좌우되는 장기금리는 먼 미래까지의 경기전망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시장금리의 상승은 인플레 압력의 증가 및 미래 경기전망의 개선을 반영할 것이니, 한국의 수출 증가 및 경기 호전으로 이어져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을 높입니다. 

반면 어떤 이유로든 시장금리가 빠지기 시작하면, 한국 수출의 탄력도 떨어집니다. 인플레 압력 약화로 인한 수출단가의 하락, 혹은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지며 수요가 줄어든 탓일 수도 있죠. 따라서 한국 금리도 하락 압력을 받게 됩니다. 수출기업의 투자 및 고용 전망이 어두워지는데, 채권금리가 계속 오를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결국 거대한 내수시장으로서의 미국경제의 지위가 채권금리의 세계적인 동조화를 이끌어 내는 셈입니다.


<그림> 미국 시장금리와 한국 수출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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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리 동조화의 세 번째 요인은 '심리'입니다. 혹은 학습된 경험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금리 변화가 가져오는 영향력이 너무 크다보니, 시장 참가자들이 미리 앞서서 이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미국 정책금리 변화 이전에 시장 금리, 특히 단기금리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이를 잘 보여주죠. 시장 참가자들이 끊임없이 정책금리의 변화 방향을 점치며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를 금융시장에서는 '심리 게임'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중앙은행이 신뢰를 획득하면, 그 뒤로 중앙은행의 행동에 힘이 실리고 시장이 즉각 반응하는 것입니다. 


<그림> 미국 정책금리와 2년 만기 국채 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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