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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Oct 27. 2022

통화공급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 그 다음은 은행의 대출 태도!

어떤 재미있는 글을 읽는 데, 계속 "통화량이 끝없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마도 중앙은행이 결국은 돈을 또 공급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는 '파생통화'에 대해 잘 모르는 탓에 나온 주장입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해 시중에 풀린 돈의 양, 즉 통화량은 본원통화와 파생통화로 구분됩니다. 본원통화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의 인상이나 인하, 그리고 양적완화 및 양적긴축을 통해 시장에 풀린 돈들입니다.

반면 파생통화는 은행들의 대출활동으로 인해 시중에 풀린 돈입니다. 예를 들어 10억원의 예금이 들어오면, 은행은 10%에 해당되는 돈을 지급 준비금으로 남겨두고 9억원을 다른 이들에게 대출해줍니다. 그리고 이 돈은 다시 투자 및 소비 과정에서 은행 예금으로 들어오며, 은행은 다시 이 돈을 대출해 줌으로써 시중에 돈을 풀어주게 됩니다.

https://www.moef.go.kr/sisa/dictionary/detail?idx=1650


따라서 본원통화는 경제 내에 매우 비중이 적은 분야일 뿐, 사실 통화공급을 좌우하는 것은 은행의 대출입니다. <그림>의 파란선은 총통화(M2) 증가윯, 붉은 선은 상업은행의 대출증가율을 보여주는데 한 눈에 알 수 있듯.. 불황이 닥쳤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출과 총통화 증가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면, 2000년이나 2008년 그리고 2020년처럼 강력한 불황이 닥쳤을 때에는 총통화 공급과 대출 사이에 괴리가 커지죠.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이 총통화에 큰 영향을 미친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0년에는 강력한 금리인상으로 경제 전체의 돈 줄을 죄였고, 2008년과 2020년에는 양적완화를 단행해 은행의 대출이 위축된 시기 경제에 돈을 공급해주었죠.


<그림> 미국 총통화(M2)와 대출 증가율의 관계

https://fred.stlouisfed.org/graph/?g=ViMH


***


그럼 은행의 대출은 어떤 요인이 좌우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이지만, 은행의 대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정책금리(=예금금리)가 높아지면 은행에 예금이 늘어나니 대출이 늘어나야 하는데, 은행 입장에서 대출로 발생할 위험 등을 감안해 대출금리는 예금금리보다 더 높게 형성됩니다. 그런데, 주택을 구입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 입장에서 금리가 높아지는 데 적극적으로 대출 받을 이유가 없죠. 따라서 은행은 예금으로 받은 돈을 대출해주기 보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사는 방향으로 돌리거나 혹은 내부에 유보하는 쪽으로 돌아서죠. 따라서 금리가 높아질 때 대출이 줄고, 시중의 통화공급이 줄어듭니다.

 

출처: 금융위원회(2022.10.14), "2022년 9월 중 가계대출 동향"

https://www.fsc.go.kr/comm/getFile?srvcId=BBSTY1&upperNo=78716&fileTy=ATTACH&fileNo=2


은행의 대출(및 파생통화) 증가율을 결정짓는 또 다른 요인은 대출태도입니다. <그림>의 파란선은 은행의 대출태도(좌축)를 보여주는데, 이 숫자가 높아질 수록 깐깐하게 대출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파란선이 내려가면 은행의 대출 태도가 느슨해지고 대출도 늘어나죠. 음영으로 표시된 불황이 가까워질 때마다 대출 태도가 깐깐해지는 것을 금방 발견할 수 있죠?

즉 은행들이 대출을 깐깐하게 심사함으로써 대출(과 파생통화)이 줄고, 이게 경기 여건을 악화시킨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은행들은 아무 때나 대출을 깐깐하게 심사하지는 않습니다. 금리가 인상되어 대출하는 이의 이자상환 부담이 높아질 때, 자산가격에 거품이 형성된 징후가 뚜렷할 때, 은행의 자기자본 확충이 어려워지는 등 대출 여력이 부족할 때 깐깐하게 심사할 것입니다.

아무튼 최근 미국 은행권의 대출 태도가 매우 타이트해진 것을 감안할 때, 내년 경기는 매우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https://fred.stlouisfed.org/graph/?g=pl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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