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사관 테니스코트, 6천 5백만 달러에 팔리다
최근 읽은 책 "버블, 기회의 시그널" 보다... 1980년대 후반, 일본 부동산 버블을 다룬 대목이 흥미로워 인용합니다(책 28쪽).
여기서 문제는 물론 다른 목적을 위해서이기는 하지만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이런 정책(=버블 유발)을 펼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좋은 예시가 바로 1980년대 일본 주식시장과 부동산 버블이다. 일본 경제가 성공적이고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기는 했지만, 버블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연방 준비 위원회에서 인플레이션을 제지하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펼친 후 1980년대 초 달러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이를 멈추기 위해 1985년에 맺은 국제통화 협정, 플라자합의 때문이었다.
결국, 달러 가치가 꾸준히 하락하고 일본 통화인 엔화의 가치가 올랐으므로 정책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당국은 통화 가격이 상승해 손해를 볼 수출업자들을 위해 저금리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정책을 펼쳤다.
물론 일본 정부도 할말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산가격의 거품을 내버려 둔 것은 대다수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 행위였습니다(28~29쪽).
하지만 결과적으로 부동산 회사, 은행, 부동산자산을 지닌 회사 (예를 들면 철도 회사나 도쿄만 지역에 토지를 소유한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급등하고 말았다. 한때 도쿄에 있는 황궁이 캘리포니아주 전체보다 가치가 더 높다고 추정되기도 했다. 도쿄의 부동산은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 가격과 비교해 평방피트당 350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1988년, 도쿄 주재 호주 대사관은 관저에 있던 테니스코트를 6억 4천만달러에 매각했다(Fraser, A. and Coelle, A., 1988. "Embassy sale nets $640m.:, Canberra Times).
이후 일본 부동산(실질가격 기준) 흐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1980년대 이전부터 일본은 세계에서도 압도적인 부동산가격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었는데, 이를 더 부추기는 정책이 나왔던 것입니다. 물론, 이 밖에 주택공급의 지속적인 증가를 유도하는 정책을 쓴 것이 치명타를 가했습니다만...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정책당국이 버블을 부추기는 정책을 쓰지 않았다면, 이 꼴이 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