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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Dec 10. 2022

R의 공포가 온다5 -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전모

금융규제를 완화하면 꼭 부실로 이어지는 이유는?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 "R의 공포가 온다"에 대한 5번째 서평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혹시 이전 서평을 못 본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심 됩니다. 


R의 공포가 온다 - 이승만 정부의 경제정책 이야기

R의 공포가 온다2 - 이승만 정부의 저환율 정책

R의 공포가 온다3 - 이승만 정부, 막장 정부였나?

R의 공포가 온다4 - 1997년 외환위기 때 외채현황


***


혹시 저축은행 사태의 전개과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시장의 기억8 -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0년 말 105개에 달했던 저축은행 중 24개 회사가 연쇄적으로 영업정지를 당했는데, 그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소개해 보겠습니다("R의 공포가 온다", 292쪽)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시작되기 전 금융위원회는 2005년 12월 자기자본율(BIS)이 7% 이상이거나 일정 기간 내에 7%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축은행에 한하여 다른 저축은행의 주식 매입 한도를 정한 규정을 폐지했으며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종류별 투자 한도를 대폭 완화하였다. 저축은행이 여러 저축은행을 보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2006년 6월에는 88 클럽 저축은행 제도를 도입해 자기자본율(BIS)이 8% 이상이고 여신비율이 8% 이하인 저축은행에 한하여 개인의 여신 한도를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증액하고 법인에 대한 여신 한도(80억 원)를 면제했다. 여신전문출장소 설치도 허용하고 그 요건도 추가자본 6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인하했다. 이외에도 저축은행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여러 금융규제를 완화했다.

사실상 저축은행 부실이 확산되던 시점인 2008년 8월 저축은행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또다시 규제완화를 실시했다. 우선 88클럽 저축은행(BIS 자기자본율 8% 이상 지정)이 지점 설치 요건을 충족할 경우, 한국은행이 금융회사 대출을 통화정책에 맞게 제한하기 위해 실시하는 창구 지도를 없애 자동으로 지점을 설치할 수 있게 했다. '상호저축은행' 이름 대신 '저축은행'이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규제가 가파른 속도로 완화되던 2005~2006년 사이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났습니다. 1년 만에 5조원이 늘어났던 것입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부동산 개발처럼 장기간 진행되는 대규모 사업의 개발 이익을 담보로 대출 받는 것을 뜻합니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바로 그 상품입니다. 대출이 나갈 때에는 연체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합니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2010년에는 드디어 25.1%까지 상승하고 말았습니다. 


출처: "R의 공포가 온다", 293쪽


***


문제는 이처럼 PF대출이 늘던 때에 이른바 '88클럽'에 강비한 저축은행이 급증하고, PF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던 2010년에는 반대로 '88클럽' 가입 저축은행이 급감한 데 있습니다. 이는 '88클럽' 저축은행을 우량한 금융기관으로 정의하여 PF 등 고위험 투자를 허용하자, 다양한 수단을 이용하여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고 '88클럽'에 선정되었음을 시사합니다. 결국, 2011년 당시 영업정지 대상의 대부분이 '88클럽' 저축은행이라는 사실은 당시의 정부 정책이 문제였음을 보여줍니다.  


출처: "R의 공포가 온다", 294쪽


***


뿐만 아니라,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기 이전부터 정부는 캠코(자산관리공사) 등을 활용해 저축은행이 보유한 부실 우려 PF를 4차례나 매입해주었다는 것입니다. 2008년 1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금융감독원은 세 차례에 걸쳐 저축은행 PF를 전수조사한 후, 부실 위험이 큰 PF를 4차례에 걸쳐 캠코와 공적자금을 동원해 매입했습니다. 


그러나 이 조치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7조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저축은행의 부실을 막지 못했으며, 전수조사가 이어지던 시기에도 저축은행 PF 잔액은 계속 늘어났던 것입니다. 즉 정부가 PF를 매입해주는 동안에도 새로운 PF 대출이 나가고 있었던 셈입니다. 


출처: "R의 공포가 온다", 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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