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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Dec 03. 2021

아시아를 주름잡던 홍콩 영화산업의 몰락, 그 뒷이야기

한국과 태국 등 경쟁국가의 성장, 그리고 중국의 간섭이 몰락으로 이어져

최근 일본경제신문에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香港映画、検閲で存続危機 公開数はピーク比8割減")가 실렸습니다. 홍콩 영화산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몰락하고 있는지 분석한 것을 보며, 전성기를 맞이한 한국 영화산업이 교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번역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nikkei.com/article/DGKKZO75831330W1A910C2FFE000/?fbclid=IwAR0zbRC-y5EbPB1-ei9R9BbZzwhTaZzxGffXWPBWM11O9U3_Ft24-mDiU3E


***


[홍콩=기하라 유지] 홍콩의 영화산업이 존망의 기로에 섰다. 현지 영화의 개봉수와 흥행 수입이 격감하는 가운데, 홍콩국가안전유지법(국안법)에 의한 검열 강화로 중국의 의향에 반하는 작품을 만들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용쟁호투」 등 세계적인 히트 작품을 만들었던 전통있는 큰손들은 홍콩 밖으로 나가고 있어 「동양의 할리우드」라고 불리던 과거의 모습은 없어지고 있다.

"홍콩 영화는 비참한 상황이다. 인기 작품조차 이익을 올리는 것이 어려워졌다." 중국의 지배가 강해지는 가까운 미래의 홍콩을 그린 「텐 이어즈」, 러브 스토리 「환애」등의 히트작을 만든 주관위 씨는 이렇게 한탄한다.

2020년 개봉한 홍콩 영화는 34편으로 200편이 넘어 절정을 찍은 1990년대 초반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외화를 포함한 흥행 수입도 전년 대비 72% 줄었고 대형 극장 UA시네마즈는 올해 3월 문을 닫았다.

배경에는 홍콩 영화의 황금기라고 불리던 80~90년대부터의 장기 쇠퇴가 있다. 영화산업을 연구하는 홍콩 침례대학의 우궈곤 부교수는 "과거 홍콩영화의 유력한 수출처였던 한국이나 태국에서 자국 영화산업이 성장한 데다, 할리우드 작품도 대두하기 시작했다. 홍콩영화를 보는 사람이 줄어, 투자가 줄어 인재가 육성되지 않게 되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황금기를 떠받친 대형 제작사들은 일제히 어려움을 겪었다. 홍콩 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이먼드 조가 1970년 설립한 골든 하베스트는 이소룡 주연의 「용쟁호투」 등 히트작을 내놓았으나 2007년에 본토 기업에 인수되었다. 2020년의 매출은 싱가포르와 대만이 9할 정도를 차지, 시가총액은 3년전의 4할에 불과했다. 홍콩에는 영화 관련 업체가 600개가 넘지만 대부분 영세업체다. 다른 기업들도 수지가 맞는 본토용 작품 제작 등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홍콩의 영화왕」이라고 불린 런 런 쇼씨가 이끈 전통있는 영화 회사 쇼 브라더스의 최근 행보 중에는 최근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를 전용으로 하는 드라마 제작이 눈에 띈다. 홍콩 경찰이 등장하는 느와르의 명작 「무간도」 등을 제작한 미디어 아시아 필름의 최신작은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기념한 「1921」. 「소림축구」로 알려진 유니버스 필름도 중국 본토와 합작한다.

제작사뿐 아니라 배우 등 영화관계자 상당수도 본토로 거점을 옮겼다.홍콩 영화의 스타 청룽은 중국의 국정 조언 기관 위원을 지냈으며 최근에도 "중국공산당원이 되고 싶다"라고 발언하는 등 친중 언행이 눈에 띈다.

이런 역풍 속에서 힘겹게 홍콩영화의 간판을 지켜온 것이 저예산 독립영화들이다. 「텐 이어즈」이나 황추생이 주연한 「스틸 휴먼」 등이 히트를 쳤고, 2019년의 대규모 시위를 주제로 한 작품도 많이 제작됐다. 그러나, 정치 정세의 격변이 한층 더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중국 정부는 20년 6월 홍콩보안법을 제정했고 홍콩 정부도 6월 영화 검열 지침을 개정했다. 시위를 주제로 한 「이대위성(理大囲城)」은 국가에 대한 증오를 확산시킨다는 비판으로 홍콩 상영이 중단됐고, 「집옥(執屋)」도 당국의 제목 변경 및 14개 장면 삭제 요구를 제작자가 거부, 홍콩에서 상영할 수 없게 됐다.

입법회에서 심의 중인 영화검열조례 개정안은 지침보다 훨씬 엄격하다. '국가 안전에 불이익을 주는' 작품의 상영을 금지하는 동시에 이를 과거 작품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침례대의 우궈곤 교슈는 이것이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표적으로 한 것이라고 지적한다.인기작인 「텐 이어즈」 등도 재상영이나 DVD 판매가 금지될 수 있다.

주관위 씨가 찍은 다큐멘터리 「시대혁명」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개봉했지만 홍콩에서 개봉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제목은 시위구호로서, 이제는 입에 담기만 해도 보안법 위반으로 몰릴 수 있는 사정이 있다. 배우가 신작 출연을 거절하는 등 주 감독을 둘러싼 상황은 어렵지만 그는 "홍콩에서 창작의 자유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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