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미스매치에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겹치면.. 나라꼴은 어떻게?
최근 산업연구원에서 발간된 흥미로운 자료 "생산연령인구 감소 시대의 외국인 전문숙련인력 유치 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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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책 당국은 대대로 아주 그릇된 판단을 내렸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이라는 이름만 그럴듯한 법을 만든 후, 내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 백조의 예산을 투입했다고 자랑하나, 저출산의 공포는 날이갈수록 심해질 뿐이죠. 아들 만 둘을 둔 아빠 입장에서 '다둥이카드' 하나 만든 것만 기억날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수년 뒤에는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1958~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 대부분이 은퇴를 시작하면서, 기업들은 콧노래를 부르겠죠. 생산성은 낮으면서 높은 임금을 받던, 그리고 전투적 노동조합운동의 주도세력들이 사라지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다고 MZ세대 일자리가 늘어날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아래 <표 3-1>에 나타난 것처럼, 숙련근로자(4수준)부터 저숙련 근로자(1수준)까지 인력부족이 만성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숙련 근로자 부족 규모는 6년 만에 거의 80% 이상 늘어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인력 부족 현상은 전혀 해소되지 않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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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정보통신 혁명(및 자동화) 흐름에 가장 필요한 인력. 즉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 대학 및 대학원 졸업자들에 대한 수요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이에 대한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중장기 인력수급현황" 자료를 보면, 2020~2030년 동안 일자리가 늘어나는 곳은 네 군데입니다. 숙박음식업(15만명), 정보통신(13.5만 명), 전문과학(11.5만 명), 보건복지업(78.1만 명). 이 밖에 정부 등 공공행정이 9.6만 명 예상됩니다. 한 눈에 알 수 있듯, 노령화에 따른 요양보호인력 수요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STEM 전공 일자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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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분야로 배출되는 인력 공급은 여의치 않습니다. "의대에 가장 많이 진학시키는 학교는? 서울대!"라는 웃지못할 유머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교육 미스매치는 절망적인 수준입니다. 따라서 베이비 붐 세대 은퇴한다고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미스매치는 해소될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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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미스매치가 심하니.. 전문 인력 안 뽑고 버티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한계가 명확하겠죠. 현재 인력이 노쇠화되고 또 혁신의 에너지가 고갈될 때 한국도 망할겁니다. 아니 정확하게 나라가 망한다는 게 아니라,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일본 모양으로 주요 기업과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줄고 또 기업 파산이 연쇄적으로 벌어질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민'이 유일한 대안이라 하겠습니다. 의대부터 주르륵 서 있는 교육 시스템의 망할 위계구조를 지금 때려부술 방법이 없으니.. 나라가 망하지 않으려면 전문 인력 수입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게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자료 "생산연령인구 감소 시대의 외국인 전문숙련인력 유치 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의 결론 되겠습니다.
물론 현재는 '망테크'를 타는 중입니다. 외국인 중에서 전문인력의 숫자는 4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 숫자는 6년째 전혀 늘지 않고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가리지 않고.. 전문인력의 이민이 정체된 것은 결국 '표와 상관없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국민들에게 뭔가 매력적으로 들리는 대안을 제시하고 또 추진해야 합니다. 선거철만 되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고속도로를 새로 놓고, (평일에 아무도 타지 않는) 고속철도를 놓겠다는 공약을 제시합니다.
반대로 국가 경쟁력에 가장 핵심적인 안건(연금개혁, 노동시장 개혁, 이민 문제, 저출산 문제 등등)은 후순위. 아니 시야 밖으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흘렀죠. 따라서 저는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좋은 자료는 아마 국회의원의 책상 위에 올라가지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자료를 소개하는 이유는 바뀌 정부의 당국자 천 명 중에 한 명이라도 관심을 가지다 보면.. 현 정부는 몰라도 다음정부 인수위가 현안으로 다뤄주지 않을까 하는.. 아주 기약없는 희망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