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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Dec 29. 2022

2022년 한국증시 단상

과다한 공급 물량과 주주 경시 문화, 그리고 수출 부진으로 침몰하다

공급물량 과다

LG에너지 솔루션 등 2022년 공모금액은 13.5조원에 이르렀습니다(2021년은 17.2조원). 주식시장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국면에는 IPO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6.8조원을 팔아 치우고, 기관 투자자가 11.3조원을 파는 데 새내기 주식 사기 위해 13.5조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돈을 만들어 내려면 기존에 보유하던 주식을 팔거나, 혹은 다른 자산에 투자한 돈을 빼내야 합니다. 

참 힘든 일이죠. 물론 수급이 나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주식 가격을 부양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당을 인상하거나, 혹은 자사주를 대거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주주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수도 있죠.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는 매우 희소한 사례에 불과합니다. 




쥐꼬리 배당

지난 12월 28일 배당락이 발생했는데,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마감되더군요.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결국 2022년 막대한 이익을 벌어 들인 기업들이 제대로 배당을 지급할지.. 더 나아가 2023년에도 배당 성향이 유지될 것인지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아마도 한국에서 적대적 M&A가 한번도 성공 못한 게 가장 근본 원인이라 봅니다. 기업의 주가가 주당 순자산가치(BPS)를 밑돈다는 것은 주주들이 보기에 "기업의 미래 이익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을 뜻합니다. 만일 무능한 경영진 때문이라면 유능한 이들로 갈아치우거나, 아니면 청산해 주주들에게 돈을 돌려주어야 마땅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대적 M&A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사실상 이게 불가능했고.. 또 ㅎㅈ칼 사태에서 보듯,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일까지 벌어진 바 있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되니, 경영권의 위협은 추상적인 가능성에 불과하며.. 주가가 박살나던 주주들이 불만을 가지던 상관없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는 주주들은 주가에 신경 쓸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소액 주주들이 자신의 기업에 대해 비관하도록 유도할 유인이 생깁니다. 주가의 저평가가 지속되면 귀찮은 주주들을 정리할 수 있고, 또 상속이나 증여 시에 세금도 적게 냅니다. 그리고 배당을 지급함으로써 기업 내의 자산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도 통제할 수 있죠. 

이런 여유로 한국증시는 주가가 폭락할 때 '방어막'이 없습니다. IPO가 끝없이 지속되는 가운데 배당 인상이나 자사주 매입 소각 같은 일은 기대할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탄광의 카나리아, 한국

물론 한국 기업들도 할 말이 있습니다. 안정적인 경영권에 기반한 '장기'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기에,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KOSPI200 기업의 영업이익은 2001년 27조원에서 2022년 200조원 이상으로 불어 낳습니다. 

특히 이익 성장을 주도한 것이 내수기업이 아니라 수출기업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놀랍습니다. 2001년 수출 기업의 이익은 단 13조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180조원 이상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익이 늘어나면 아무리 '저평가' 상황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주가가 오르기 마련입니다. 대신 PBR이나 PER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는 세계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각오해야죠. 

더 나아가 수출기업들이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하며 '생산능력'을 확충했기에, 해외 경기와의 연동성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좁은 내수시장만으로 늘어난 생산 Capa를 유지할 수 없으니, 결국 해외 시장 개척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기업의 이익은 수출 환경에 따라 변동성이 크며, 올해처럼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으로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는 시기에는 이익전망이 훼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탄광의 카나리아' 꼴이 되는 것입니다. 세계경제가 조금만 나빠져도 경제가 곧 망할 것처럼 주가가 폭락하는 나라. 그게 한국의 정체입니다. 


장기투자? 훗!!!

따라서 저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장기투자'하라는 조언을 하지 않습니다. 수출 경기가 매우 나쁘고 IPO가 중단되며, 배당수익률이 2% 선을 넘어서는 시기에는 투자할 만 합니다. 왜냐하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주식 가격이 역사상 최저 밸류에이션 레벨 까지 내려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가장 큰 호재는 '싸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반면 IPO가 쏟아지고 배당수익율이 1% 초반 이하로 떨어지며, 개미투자자들의 자금이 물밀듯 들어올 때에는 투자에 조심해야 합니다. 곧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며, 버블 위험이 커질 테니 말입니다. 

따라서 한국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에 대한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 삼성전자 단 한 종목 말고, 장기투자의 성공 사례가 있기나 합니까? 삼성전자 조차 2015년 있었던 빅 이벤트(모직/물산 합병) 이전과 이후의 주주보상이 달라졌음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주가폭락한다 왜 말을못해???

2021년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 출현해 시장의 수급이 나빠지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대규모 IPO가 거듭되는 시기에 "시장 수급이 망가지고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팔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버블의 고점을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제 이야기 듣고 팔았다 손해 본 분들이 나오면 그 원망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비관론을 펼칠 유인이 없습니다. 유튜브 구독자 혹은 책의 애독자 분들이 기분 나빠하면, 저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습니다. 따라서 둥글게 둥글게 표현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처럼 매도 보고서에 대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와 제도가 완비되면 모를까.. 앞으로도 비관적인 전망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2023년은?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이제 끝을 맺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2023년 주식시장이 매우 기대됩니다. 왜냐하면 IPO는 씨가 말랐고, 배당수익률은 그럭저럭 2%대 후반은 기대할 만 하고, 외국인들도 조금씩 매도 공세가 진정되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기업실적은 급격히 나빠질 것입니다만,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의 평균 수준(1,150원대)을 크게 웃돌고 있음을 감안할 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이익이 돌아설 수 있다 봅니다. 물론 BBIG로 통칭되는 지난 장세의 주도주들은 (공급과잉 위험이 너무나 크기에) 비관적입니다만.. 증자 등을 통해 워낙 많은 돈을 땡겨 놓았으니, 생존자들은 오히려 불황을 기회로 삼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즐거운 연말 연시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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