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춘욱 Jan 01. 2023

"돈의 탄생 돈의 현재 돈의 미래"- 돈의 발명 이야기

돈과 주식회사 없이 산업혁명이 가능했을까?


돈이란 무엇인가? 이 의문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돈의 탄생 돈의 현재 돈의 미래" 중 한 대목을 인용해 봅니다(15쪽). 


1860년경 프랑스의 가수 마드모아젤 젤리 Mademoiselle Zélie는 남동생과 두 명의 가수와 함께 월드 투어에 올랐다. 그들은 화폐가 두루 쓰이지 않던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 도착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푯값을 대신해 섬사람들이 제공할 수 있는 물품이면 무엇이든 받기로 하고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는 대성공이었다. 섬의 촌장이 직접 콘서트에 왔고, 표는 무려 816장이 팔렸다. 마드모아젤 젤리는 콘서트에서 당대 유명 오페라에 수록된 노래 다섯 곡을 불렀다. 그녀는 이모에게 보낸 편지에 푯값으로 받은 물품들에 대해서도 썼다.

“이게 제가 섬사람들에게 푯값으로 받은 물품들이에요. 돼지 3마리, 칠면조 23마리, 암탉 44마리, 코코넛 5,000통, 파인애플 1,200통, 바나나 120 다발, 호박 120 통, 오렌지 1,500개.”


공연이 인기를 끈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태평양에 계속 살 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처분해야 했죠. 결국 그들은 인근 섬의 상인을 부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16쪽). 


“근데 이모, 어떻게 여기서 이 물품들을 되팔아서 현금으로 바꾸겠어요. 정작 구매자가 될 섬사람들이 호박과 코코넛을 주고 저희 공연을 보러 왔어요. 그런 사람들이 현금을 갖고 있을 리 만무해요. 내일 인근 섬에서 투기꾼이 이 섬으로 들어와서 현금을 지불하고 이 물품들을 사기로 했어요. 그동안 칠면조와 암탉에게 바나나와 오렌지를 먹이고 돼지에게는 호박을 주려고 해요.”


***


마드모아젤 렐리의 경험은 여러 경제학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 Willian Jevons는 "화폐와 교환 매커니즘(Money and the Mechanism of Exchange)"를 쓰면서 이 부분을 인용했죠(16~17쪽).


제번스는 물물교환은 '욕망의 상호 일치'double coincidence of wants가 이뤄져야 성사되기 때문에 골치 아프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섬사람들은 마드모아젤 젤리가 제공한 것(콘서트)을 원했고 마드모아젤 젤리도 섬사람들이 푯값으로 지불한 것(돼지, 암탉, 코코넛 등)을 원했기에거래가 성사됐다. 제번스는 인류가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강하고 희귀한 무언가로 가치를 표시하기로 합의하면서 물물교환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인류는 화폐를 발명해 물물교환의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화폐가 발명되기 이전에 사람들은 대체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물론 약간의 거래가 이뤄졌겠지만, 일종의 '선물 경제'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은 생산하는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선물'을 주고, 이후에 조심스럽게 그에게 '선물'을 부탁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유발 하라리가 그의 베스트 셀러 "사피엔스"에서 이야기했듯 종교적인 의식 속에서 화폐가 발명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


화폐의 발명 이후에도 인류는 매우 힘든 삶을 보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인구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많은 식량(및 서비스 등)을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전염병이나 기근, 그리고 전쟁이 벌어질 때마다 수 많은 목숨이 사라졌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바로 '유한 책임회사'였습니다(108~109쪽).


에디슨 전기 조명 회사는 유한 책임 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 Luc였다. 유한 책임 회사는 투자자들이 출자한 자금을 보장한다. 회사가 파산하면 출자금만 잃을 뿐 투자자들의 개인 재산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당연히 투자금보다 더 많은 돈을 잃을 수는 없다. 만약 오랫동안 누군가 한 회사에 투자를 하고 그 회사가 사람들에게 빚을 지면, 그의 투자금은 묶일 수밖에 없다. 채권자들은 회사에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 투자자의 집을 압류할 수도 있다. 유한책임 회사를 세우면 에디슨과 같은 사람들이 훨씬 수월하게 자발적인 투자자를 모을 수 있다.

에디슨 전기 조명 회사가 설립되고 몇 주일 뒤, 사람들은 앞다퉈 5만 달러(오늘날 화폐 가치로 약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에디슨은 이 투자금을 받아 팀원들에게 임금을 줬다.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시기 동안 발명품의 폭발적인 증가를 불러올 또 다른 금융 혁신인 특허권을 통해 부자가 되기를 바랐다. 특허권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세상과 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사람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서 고안된 제도였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정부가 부여하는 임시 독점권이다. 많은 사람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 내면 그 아이디어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미국의 건국자들은 이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 헌법에까지 명시했다. 에디슨 전기 조명 회사의 투자자들도 전기나 백열전구와 관련된 특허권을 통해 에디슨이 받게 되는 수익의 일부를 약속받았다.


저도 핀테크 회사, 프리즘 투자자문을 세워 경영하다 보니 유한 책임회사의 한 형태인 주식회사가 얼마나 놀라운 발명인지 절감하게 됩니다. 명망있는 발명가(=에디슨) 혹은 대중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사업가가 미래 발생할 이익을 함께 나눌 것을 약속하고 미리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 때에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만큼 손실을 보고 끝납니다. 물론 창업자 입장에서는 그의 가장 귀한 자산(=신뢰와 시간)을 지불한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만.. 대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해 다시 성공을 노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실패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


이 이야기의 주인공 에디슨은 결국 해냈습니다(108~109쪽).


회사가 설립된 지 1년이 지날 무렵, 에디슨은 백열전구로 알려진 전기 램프에 관한 특허권을 취득했다. 특허 번호는 223,898번이었다. 백열전구를 연구한 사람이 그 혼자가 아니었고, 누가 언제 무엇을 발명했는지를 두고 지금도 여전히 논란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에디슨은 뒤이어 백열전구와 전구에 전력을 공급할 전력망을 설계하는 방법에 대해 수십여 개의 특허권을 취득했다.

몇 년 뒤에 에디슨은 뉴욕에 첫 번째 전력망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의 첫 번째 전력망이자 역사상 첫 번째 전력망이었다. 전력망을 세우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는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완전히 다른 회사를 설립했다.

에디슨이 아크등을 보고 백열전구를 발명해 낸 지 딱 4년이 흐른 1882년 9월, 누군가 새롭게 설립된 발전소에서 스위치를 올렸고, 맨해튼 남쪽 일대의 가정과 사무실의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마법 같은순간이었다. 하지만 발전소에서 스위치를 올린 주인공은 에디슨이 아니었다. 그는 몇 블록 떨어진 월스트리트에서 존 피어폰 모건J. P. Morgan을 비롯한 많은 은행원과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백열전구가 맨해튼 남쪽 지역을 밝히는 역사적인 순간을 가능케 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돈이었다.


에디슨의 백열전구가 집집마다 보급되는 가운데, 인류의 삶은 결정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책 110쪽에 표시된 <그림>은 근로자의 하루 일당으로 빛을 밝힐 수 있는 시간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에디슨의 백열전구는 다른 어떤 도구보다 압도적으로 효율적으로, 그리고 더 밝은 빛을 인간에서 선사해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기술혁신 덕분에 현대 인류는 더이상 '맬서스 함정'에 허덕이지 않습니다. 생산성의 비약적인 향상 덕분에 '인구증가=빈곤'의 등식은 깨졌죠. 인구가 늘어나면서도 1인당 소득이 증가하고, 삶의 질이 개선되는 세상이 펼쳐졌던 것입니다.


기술 혁신을 주도한 것은 에디슨 같은 뛰어난 발명가들었습니다만, 이들이 대중으로부터 기술 개발 및 설비 증설에 필요한 돈을 조달할 수 없었다면 일상 생활을 바꿀 수는 없었을 겁니다. 즉, 우리의 선조들이 만든 기적의 발명품 '돈'에 유한 책임회사 제도가 가세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생각됩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813718


작가의 이전글 대만이 우크라이나 다음 번 차례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