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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Jan 13. 2023

국민연금 개혁(?) 소고

더 내고 덜받는 것 만이 유일한 해법일까?


전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으로써, 이 분야에 대해 아주 문외한은 아니라 생각되어 몇자 적습니다. 국민연금의 고갈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만, 이게 무조건 '더내고 덜받는' 식의 개혁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서 반론을 제기하려 합니다.


일단 국민연금이 여러 가정을 도입한 시뮬레이션 결과 2060년을 전후해 고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출산율의 하락 때문이죠. 아래 <그림>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가의 합계출산율인데, 한국이 최저 레벨임을 금방 발견할 수 있죠. 


https://data.oecd.org/chart/6WXb



아래의 <표 5-1>에 나타난것처럼, 한국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짜여져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연금을 설계한 이유는 '지속적인 인구 증가'의 가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할 때에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였기에, 449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도 낸 돈의 1.4배를 받는 식으로 만들었죠. 당시 "국민연금은 또 다른 이름의 세금"이라는 인식이 강했기에, 국민연금이 매우 큰 이익이 되는 제도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던 것이죠. 


그러나 저출산이 지속되고, 인구감소의 흐름이 본격화되니.. 국민연금이 현재와 같은 수익비(받을돈/낸돈 비율)로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출처: "복지의 원리", 149쪽.


***


그러면 앞으로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개혁이 불가피할까요? 


저는 그것도 방법이지만, 또 다른 방법 하나를 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바로 국민연금 운용에 가해지는 각계의 간섭을 풀면 어떠냐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2003년이후 네덜란드 공무원연금과 노르웨이 석유기금, 그리고 한국 국민연금의 성과를 비교한 것입니다.


한 눈에 보더라도 한국 국민연금은 덜 벌고 덜 깨먹는 식으로 운용되고, 노르웨이 석유기금은 등락폭이 크고 네덜란드 공무원 기금은 그 사이의 특성을 지닙니다. 그런데, 2003~2021년 평균 수익률은 노르웨이석유기금/네덜란드공무원연금/한국국민연금 순서로 각각 8.09% 7.82% 6.33%입니다. 수익률 차이가 상당하죠?



수익률의 차이가 왜 중요하냐하면, 국민연금 수익률이 1% 높아질 때마다 기금의 고갈시기가 4년 늦춰지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시뮬레이션 결과인데, 연 3.2% 수익을 낸다고 가정할 때 2055년 적립금의 고갈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나 만일 앞으로도 2003~2021년처럼 연 6.3% 성과를 낸다면 12년이 늦춰진 2067년에 적립금이 고갈되며, 노르웨이 석유기금처럼 8%대로 운용한다면 2075년에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노르웨이 석유기금처럼 성과를 낼 수 있냐구요? 


간단합니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에 대한 자산배분 원칙을 정한 후 전문가에게 맏기고 원칙을 지키면 됩니다. 주가 폭락으로 주식 비중이 목표에 미달하면 주식을 매입하고,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 채권을 매입하는 식으로 운용하는 거죠. 참고로 노르웨이 석유기금은 전체 자산의 70%를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채권과 부동산에 묻어둡니다. 이에 대해서는 영주닐슨 교수님의 '포스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국민연금 개혁 이야기는 나오지만, 국민연금의 운용시스템과 지배구조 그리고 운용역에 대한 보상 등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러워 한 글자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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