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부채(대응하는 자산을 가진 부채)를 감안한 순부채는 GDP의 18%!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 "경제 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를 읽다보면, 자주 한숨 쉬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들었던 정보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번 올린 글("저출산이 문제? 한 번이라도 대규모 예산 집행해 봅시다")이 될 것입니다. 저출산 고령화 관련 예산에 연간 2조원 남짓쓰면서, 저출산 지출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일이 여기에 속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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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더 나아가, 한국의 국가 채무 비율 논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135쪽).
일단 국가채무 비율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자. 국가채무비율은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그럼 국가채무란 무엇일까?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뜻한다. 결국 국가채무 비율이란 국채나 차입금 등을 GDP로 나눈 값이다. 개념은 간단하다.
그런데 국가채무도 국가채무 나름이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연봉이 5,000만 원인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빚이 1억 원이고,다른 사람은 빚이 1,000만 원이다. 누구 재정 상태가 더 건전할까? '알 수 없다'가 정답이다. 빚이 1,000만 원인 사람은 생활비가없어서 카드론 대출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빚이 1억 원인 사람은 10억 원짜리 주택을 사면서 담보 대출을 받은 사람이다. 단순히 빚(국가채무)을 연봉(GDP)으로 나눈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크다.
백번 맞는 말입니다. GDP는 한 해 동안 국민들이 만들어낸 부가가치의 합(위의 사례에서는 연봉)이고, 국가채무는 국가의 빚이니까 말입니다(135~136쪽)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채무 중 대응 자산이 있는 채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채무도 있다. 대응 자산이 있는 채무란, 예를들면 외화 매입 용도로 발행하는 국채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외화를 보유해야 한다. 외화를 사려면 돈이 필요한데 대부분 국채를 발행해서 마련한다. 즉 외화를 매입하고자 국채를 발행하면 발행량 전체가 국채가 된다. 그러나 외화라는 대응되는 자산 자체에 상환 능력이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020년 국가채무 847조 원 가운데 약 40%에 가까운 330조 원은 대응 자산이 있는 채무다. 그런데 걱정할 필요 없는 채무(대응자산이 있는 채무, 금융성 채무)와 걱정해야 하는 채무(대응 자산이 없는채무, 적자성채무) 두 개를 섞어놓고, 이 둘을 합친 채무 비율이 40%를 넘어가면 재정이 건전해지지 않는다는 기준은 불완전하다.
놀랍죠? 그럼 대응자산이 있는 채무(위의 사례에서는 주택을 사기 위해 담보대출 받은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GDP의 18%라고 합니다(137쪽).
대응되는 자산이 있는 부채를 제외한 순부채는 GDP 대비 18%다. 한국보다 부채 비율이 더 건전하다고 알려진 뉴질랜드(총부채 48%, 순부채 21.3%)나 체코(총부채 39.1%, 순부채 27.3%)보다 GDP 대비 순부채 비율은 더 건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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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아래 <그림>은 경제개발 협력기구 가입국가들의 GDP 대비 국가채무인데, 붉은 막대가 한국입니다. 여러 선진국 중에서도 상당히 낮은 편이죠. 더 나아가 대응 자산이 있는 부채를 제외한 순부채가 GDP의 18%이니, 한국은 매우 건전한 재정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정부가 이를 대신 내야 하니 재정적자가 크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만, 이는 국민들이 합의해 국민연금 수령 연령을 변경하던가 아니면 더 많은 연금을 내는 것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쓰는 것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https://data.oecd.org/chart/6WX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