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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Jan 09. 2023

저출산이 문제? 한 번이라도 대규모 예산 집행해 봅시다

"경제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만 읽어도 좋을텐데..

얼마 전 페이스 북에 흥미로운 글 한편("저출산 문제 단상")이 올라왔습니다. 핵심 내용만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저출산이 왜 문제냐고 하면 (1) 인구감소로 인한 인적자원의 부족, (2) 영유아 관련 산업의 약화, (3) 고령 인구에 대한 부양문제 이 정도로를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문제는 사실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한반도에 조선시대에는 2천만이 살았다고 하는데 왜 21세기 대한민국은 굳이 5천만(북한까지 합치면 7천만)이 유지되어야 할까?

인적 자원 부족이 꼭 출산을 늘여야 해결되는 것일까? 물적 자본을 더 투입하고 그래도 인적자원이 모자라면 이민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영유아 산업이 약화되면 그 산업은 축소하고 고령화 관련 사업으로 이동하면 되고 실제 그런 일은 계속 진행중이다. 고령인구 부양문제는 주로 노인 노동과 연금 문제인데, 요즘 어르신들은 건강이 과거보다 훨씬 좋으니 계속 일을 하거나, 연금문제는 연금개혁을 하면 된다. 실제 저출산에 직면한 다른 나라들이 다 그렇게 하고 있다.

이민, 연금개혁, 노인 노동 확대, 물적자본 투입이 저출산문제 해결보다 훨씬 더 쉬운 문제다. 그런데 왜 굳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한국에서 저출산 대책에 대해 반감(혹은 한심함)을 느끼는 분의 이야기가 잘 정리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우리는 저출산 문제에 제대로 노력 한번 해보고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걸까요? 2000년대 중반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저출산 대책을 세워 예산을 집행하지 않냐구요? 이런 뉴스에 속으면 안됩니다.

***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 "경제 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의 26쪽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저출산 예산 관련 기사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저출산 대책으로 45조 695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는데, 이를 작년 출생아수(27만 5,815명)로 나눠보면 신생아 한 명당 1억6,000만 원 예산이 들어간 셈'이라고 한다.

이것은 저출산 예산을 오해한 결과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집계한 45조 원의저출산 예산은 저출산을 막고자 추가로 쏟아부은 예산만을 뜻하지 않는다. 아동, 청소년, 교육 등 관련 간접 예산을 중복 집계한예산이다. 저출산만을 위해 지출하는 '저출산 대응 및 인구 정책지원' 프로그램에 속한 사업의 합계는 2020년 2조4,000억 원에불과하다. 아동수당 2조3,000억 원, 모자보건사업 330억 원 등만이 출산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지출하는 직접 예산이다.

나머지40조 원이 넘는 예산은 다른 별도의 목적(프로그램)에 따라 지출하는 예산을 저출산 관련 예산으로 중복 집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동 학대 예방 사업은 '아동 보호 및 복지 강화' 프로그램에속한다. 이런 사업들도 저출산고령화위원회에서 저출산 관련 예산으로 중복집계해서 45조 원까지 불어났다.

한국 정부가 1년에 쓰는 돈이 약 6백조 정도 되는데, 2조 4천억원이면 전체 예산의 0.4%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 예산을 집행해 놓고 '저출산 대책이 소용 없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

아래의 <그림>은 세계 주요국의 육아 보조금과 출산율의 관계인데, 육아보조금이 높을 수록 출산율도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저 아래에 있는 '헝가리'는 최근 강력한 출산 보조금 정책으로 출산율이 3명까지 상승한 것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중이죠.

<그림> 육아보조금과 출산율의 관계(2015년)

출처: "혁신을 이끄는 인구 혁명", 186쪽.

아무튼 그렇게 저출산이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면, 에산의 1% 아니 10%라도 제대로 써보면 좋겠습니다. 그럴 돈이 어디 있느냐구요? 저는 교육예산이 이미 과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학령인구는 계속 주는 데 2017년 이후 한국의 교육 예산은 연 평균 7.0%씩 늘어나는 중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84.2조원이니, 저출산 예산의 35배가 넘는군요. 여기 좀 떼주면 안될까요?

초중고 학생들에게 공짜로 컴퓨터 돌릴 예산으로, 저출산 관련 보조금을 지원해주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