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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Jan 14. 2023

“버블:부의 대전환”-“금융투기의 역사"는 버려라!

버블의 3요소: 거래의 용이성, 연료의 공급, 미래에 대한 낙관론

버블: 부의 대전환” 추천사 – 이제 “금융투기의 역사”는 버려라! 이 책이 진짜다!


모 증권사 리서치 팀장으로 일하고 있던 2007년 여름, 상하이(上海)와 선전(深川) 출장을 다녀온 적 있었다. 중국 증권사와의 협업을 위해 방문한 것이었지만, 협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반면 중국 증시의 뜨거운 열기는 지금도 생생하다. 30도를 훌쩍 뛰어넘는 불볕더위였지만, 증권사 앞에는 끝도 없는 인파가 몰려 들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또 자기가 보유한 주식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침을 튀기며 설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우리는 이 뒤에 벌어진 일을 잘 알고 있다. 아래의 <그림>이 보여주듯, 상해종합주가지수는 6천 포인트를 고점으로 폭락하기 시작해 2008년 한 때 2천 포인트가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단 1년 만의 주가 하락율이 -70% 이상이었으니, 당시 주식시장에 뛰어든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에 대해 “버블: 부의 대전환”의 저자, 데이비드 존 터너와 윌리엄 퀸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불의 발화 과정은 산소∙열∙연료이라는 삼각형을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3가지가 충분히 주어진다면 조그마한 불꽃이 큰 불로 연결된다. 그리고 화재가 시작되고 난 다음에는 이 세 요소 중 하나를 제거함으로써 다시 진압할 수 있다. 버블의 발생 역시 3요소를 활용해 설명이 가능하다.” – 19쪽


이들의 설명을 활용해, 당시 중국 증시를 설명해보면 무엇보다 ‘거래의 용이성’이 높아진 것에 주목할 수 있다. 이때 중국 정책당국은 비유통주식의 ‘유통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갔는데, 비유통주식이란 정부 혹은 정부관련 기관이 보유한 주식을 의미한다. 이들 주식은 중국증권감독위원회의 승인이 있을 때만 거래될 수 있었고, 2005년 만해도 전체 상장된 주식의 62%가 비유통주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정부와 유관기관들은 비유통주를 팔아서 차익을 실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비유통주식이 시장에 풀리기만 하면 증시가 폭락했기에 늘 좋은 기회만 노리던 참이었다. 이때 중국 정책당국은 두 가지의 사전 작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풀리지 않도록 1년 정도의 유예 기한을 두는 한편, 예금금리를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함으로써 한 번도 주식에 투자한 적 없었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비유통주식은 높은 가격에 처분이 가능했고 또 개인투자자들은 엄청난 수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버블을 촉발시키는 두 번째 요소는 바로 연료의 공급인데, 이는 저금리로 충분히 설명된다. 경제성장률이 무려 12%에 도달했건만, 당시 중국의 예금금리는 단 2.35%에 불과했으니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출처: CIEC.


***


자산시장에 거품을 만들어 내는 세 번째 요인은 바로 ‘불꽃’에 해당되는 요인으로, 당시 중국 주식시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낙관론’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끝없이 경제성장이 지속되며 ‘세계 No.1 경제’가 될 것이라는 자부심. 더 나아가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놀라운 성적 등이 주식시장으로 투자자금을 유입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2007년 여름, 상하이와 선전 출장에서 만난 중국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자부심에 차 있었고 주식 가격이 끝없이 상승해 “모두 부자가 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부자 되고픈 열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큰 거품을 만들어 내, 결국은 외부 충격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버블을 만들어낸 세 요소는 영원히 유지되지 않는다. 특히 이 가운데에서도 ‘미래에 대한 낙관’과 ‘유동성’은 언제든지 소멸될 위험성을 내포한다.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거대한 금융위기,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인플레의 위험을 막기 위한 중국 정책당국의 금리인상은 버블을 붕괴시키기에 족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을 품은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쇼크 이후의 자산 가격 상승은 2008년 중국과 비교해볼 때 어떤 공통점과 차별점이 있나?”


물론 답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스스로 내릴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거래의 용이함, 유동성, 그리고 미래에 대한 낙관. 이 중에서 어떤 부분에서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 그리고 각 부분의 변화를 점검하기 위해 어떻게 뉴스의 흐름을 추적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면 누구나 “버블 형성, 그리고 붕괴” 과정에서 새로운 투자의 기회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끝으로 귀한 책을 내 준 다산북스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며, 수많은 투자자 뿐만 아니라 정책당국자들도 이 책을 읽었으면 마음 간절하다.


2021년 1월 16일 홍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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