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Economist(2023.3.10)
3월 9일 파산한 미국의 16위 은행 실리콘밸리은행(이하 'SVB')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는 기사 "What does Silicon Valley Bank’s collapse mean for the financial system?"를 요약 번역합니다.
자산 2천 달러를 보유한 미국 16위의 은행 SVB가 갑자기 파산한 이유는 크게 보아 증자 실패 및 채권금리의 상승 때문입니다. SVB는 부실을 메울 목적으로 증자를 추진했으나, 3월 10일 오전 주가가 70% 이상 폭락하면서 거래가 중단되었죠. SVB가 증자를 시도한 이유는 그들이 예금의 대부분을 미국 국채에 투자함으로써, 엄청난 손실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2020~2021년 유례없는 스타트업 붐이 불어닥친 가운데, SVB로 거대한 예금이 몰려들었습니다. SVB의 예금은 2017년 말 440억 달러에서 2021년 말 1,890억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대출은 230억 달러에서 660억 달러로 증가하는 데 그쳤죠. 대부분의 은행들은 예금을 대출로 운용하는 데, SVB는 늘어난 예금의 대부분을 미국 정부 국채나 MBS에 투자했던 것입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무려 1,280억 달러나 투자했다니 놀라운 규모입니다. 당시 은행 예금금리가 제로 였던 데 비해, 미국 국채 금리는 0.5~0.6%였으니 남는 장사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인플레가 고착화되면서 금리가 급등했죠. 2021년까지는 그래도 사정이 나았던 것이 고객들인 벤처캐피탈이 대박 났기에, 은행 예금이 계속 증가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2022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SVB의 예금 잔고는 2021년 말 1890억 달러에서 2022년 말 1730억 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스타트업과 벤쳐캐피탈의 환경이 나빠지면서 예금을 인출한 고객들이 늘어났고, SVB는 보유 채권을 매각해 예금 지급 요구에 대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SVB 예금 잔액의 약 93%가 예금보험 한도 이상이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은행은 1인당 25만 달러까지 예금보험을 제공하지만, SVB 고객 대부분이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이었기에 예금보험 받기 어려웠죠. 결국 SVB에 문제가 생기는 순간, 순식간에 뱅크런이 발생하는 구조였습니다. 또 상황이 이러했기에, SVB도 예금으로 들어온 돈의 대부분을 미국 국채에 투자했을 것이구요. 그러나 2021년부터 시작된 금리 상승으로 SVB 보유 채권의 시장 가치가 크게 떨어져 있었기에, 고객의 예금인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물론 다른 은행들은 SVB와 다른 형태로 자산을 운용했습니다. 예금 대부분을 대출해주었기에, 시장금리가 상승했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대출 이자를 인상함으로써, 이자 수익이 더 늘어난 은행이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다른 은행의 상황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지만, SVB와 상황이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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