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이 바꾼 인간 삶의 방식
인텔의 공동창업자이자, '무어의 법칙' 창시자 고든 무어 박사님이 94년에 걸친 역동적인 삶을 마무리하셨습니다. 오늘은 무어 박사님과 그가 세운 기업 인텔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무어 박사님의 일생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책, "인텔: 끝나지 않은 도전과 혁신" 그리고 블룸버그 기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무어 박사는 실리콘 밸리의 전설적인 기업, 페어차일드 반도체(Fairchild Semiconductor)의 창업자이기도 한데, 그는 이른바 ‘8인의 배신자’ 중에 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윌리엄 쇼클리가 세운 쇼클리 트랜지스터의 핵심직원이었죠. 그러나 뛰어난 과학자이기는 했지만, 경영자로서는 악몽 같은 존재였던 쇼콜리 밑에서 일하기를 거부하고 다른 7명의 동료들과 함께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창업하게 됩니다.
쇼콜리 등 위대한 천재들이 만들어낸 신제품, 트랜지스터는 진공관이 달린 장치라면 어디에도 사용이 가능했고, 휴대용 라디오나 항공 분야같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신속하게 채용됩니다. 실제로 소니 등 발빠른 기업이 트랜지스터 라디오 등을 대량 생산하면서 창업자들은 엄청난 부를 일궈냈습니다. 그러나 큰 부를 분배하는 문제에 부딪히면서 갈등이 증폭되었고, 고든 무어 박사를 비롯한 8명의 이탈자들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William Bradford Shockley Jr. (February 13, 1910 – August 12, 1989)
1957년 9월 페어차일드 반도체는 샌프란시스코의 팔로 알토에 설립되었는데, 이 지역이 이후 실리콘밸리의 핵심으로 부각됩니다. 애플을 비롯한 수많은 혁신기업의 본사가 팔로 알토에 자리 잡은 이유가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립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죠. 물론 고든 무어 박사 등 젊은 엔지니어들은 돈이 없었기에, 위대한 벤쳐 투자자 셔먼 페어차일드(Sherman Fairchild, April 7, 1896 – March 28, 1971)의 투자를 받아 회사를 창업하게 됩니다.
1958년 페어차일드 반도체는 트랜지스터의 소형화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제품, 집적회로(IC, Integrated Circuit)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장을 단숨에 장악하게 됩니다. 참고로 집적회로란,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저항, 캐패시터 등 복잡한 전자부품들을 정밀하게 만들어 작은 반도체 속에 하나의 전자회로로 구성해 집어 넣은 것입니다. ‘모아서 쌓는다’고 하여 집적회로(IC)라는 이름이 붙게되었죠. 집적회로의 발명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엔지니어 잭 킬비에 의해 이뤄졌는데, 페어차일드 반도체의 밥 노이스가 실리콘 위에 '평판형'으로 쌓는 방식을 생산공정에 적용함으로써 저렴하고 신뢰성 높은 집적회로의 생산이 가능해 졌습니다.
"인텔: 끝나지 않은 도전과 혁신" 51쪽에는 다음과 같이 당시의 감격을 묘사합니다.
마치 문이 갑자기 활짝 열린 듯한 기분이었죠. 우리들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심연 같은 세상을 현미경을 통해 눈으로 보며 원자의 세계까지 내려가는 듯 했습니다. 이 심연은 엄청난속도와 힘을 약속해 주는 궁극의 기계와 같았습니다. 하나의 칩 속에 얼마나 많은트랜지스터를 집어넣을까 하고 상상력을 동원하자 열 개, 백 개... 맙소사 백만 개 그리고 더 많이... 정말 짜릿하고 눈부신 순간이었습니다.
1965년 밥 노이스는 전자 산업 전체의 가격 구조를 파괴하는 발표를 하기에 이릅니다. 그는 페어차일드 반도체에서 만드는 주요 집적회로의 가격을 1달러로 인하한다고 선언했던 것입니다. 이 가격은 당시 정상가격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일 뿐만 아니라, 집적회로 생산비용보다 낮은 것이었습니다.
왜 페어차일드 반도체는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무어의 법칙' 때문이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집적회로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양이 2년 마다 2배씩 늘어날 정도로 폭발적인 생산성의 향상이 있었던 것입니다. "인텔: 끝나지 않은 도전과 혁신" 60쪽에 밥 노이스의 경쟁 전략을 묘사합니다.
밥노이스의 가격 전략은 다음과 같다. 경쟁사가 대응하기 전에 시장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고객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 제품의 가격을 향후 1년 후나 2년 후의 생산단가 수준으로 미리 책정한다는 것이다.
지금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들이 사용하는 전략이 1965년에 수립되었던 셈입니다.
아래의 <그림>은 인텔의 집적회로에 얼마만큼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가 있는지 보여줍니다. 1971년 인텔은 트랜지스터가 3,500개인 인텔 4004로 시작하여, 트랜지스터가 10억개 이상 들어간 인텔 코어 i7까지 집적회로의 집적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세로 축의 한 칸은 10배씩 늘어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죠.
출처: Fossbytes(2016 .2.11), “Moore’s Law Is Finally Dead — How Did This Happen?”
그림설명: 가로 축은 시간의 흐름, 세로축은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 IC) 당 트랜지스터의 개수.
여기서 갑자기 인텔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1968년 페어차일드 반도체는 너무나 큰 성공에 휘청거리고 있었습니다. 많은 직원들이 일부 창업가만 큰 돈을 번 것에 분노했고, 페어차일드의 모회사로 자금이 빨려 들어가면서 제때 연구개발비가 집행되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죠.
이에 1968년 고든 무어와 밥 노이스, 그리고 앤디 그루브 등의 핵심 연구개발자들이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퇴사한 후 NM일렉트로닉스를 설립하게 이릅니다(이후 이름을 인텔로 바꾸게 됩니다). 인텔의 공동 창업자들은 돈이 없었기에, 연구개발비를 벤쳐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해야 했습니다. 초기 자금으로 50만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지만, 매달 2만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소모하는 중이었기에 무어 박사 조차도 페어차일드 반도체 시절의 1/3 수준에 불과한 연봉을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서 자금이 고갈되었다면 인텔의 신화도 없었겠지만, 추가로 250만 달러에 이르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자금난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든 무어는 인텔에서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무어의 법칙을 발표합니다. "인텔: 끝나지 않은 도전과 혁신" 160~161쪽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부품 비용을 최소화하는 집적도는 대략 2년 단위의 주기로 계속 증가해 왔습니다. 분명히 이 주기는 단기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증가 속도는 조금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증가세가 10년 동안 지속된다는 믿음을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 말은 1975년까지 한개의 집적회로에 넣는 부품의 수가 65,000개에 이른다는 뜻입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회사가 ‘무어의 법칙'처럼 자동차의 성능을 향상시킨다면 자동차는 약 4리터로 320킬로미터를 달리고 시속 800킬로미터에 도달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생산비용은 약 1.5달러가 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1975년 고든 무어 박사가 예측한 대로, 한 개의 집적회로에 6만 5천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점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됩니다.
참고로 1971년 고든 무어 박사는 인텔의 CEO가 된 고든 무어 박사는 20년 후가 되는 1991년 메모리용 반도체(DRAM)의 속도는 1천 비트에서 1백만 비트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1991년 실제로 이 속도에 도달한 바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그와 밥 노이스 등이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꿨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1984년 이후 전체 생산자물가와 반도체 제품 가격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반도체 제품 가격이 끝없이 빠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제는 자동차 마저 가전제품이 되는 세상이 출현했습니다.
물론 반도체 산업에 굴곡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66년과 1984년 그리고 1996년 등 잦은 불황이 반도체 업계를 덥쳤고, 이 과정에서 결국 인텔마저 산업의 지배자 자리에서 내려오는 중이죠. 그러나 경제전체에 미친 반도체 산업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커질 가능성이 높고, 이 대부분은 반도체 산업의 강력한 생산성 향상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든 무어 박사는 좋은 회사 하나 창업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원에서부터 바꿔 놓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Rest in Peace !
<그림> 1984년 이후 반도체 제품 가격 및 전체 생산자물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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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산배분 전략을 손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음은 물론이구요 ^^